국가 공인 엘리트의 길을 열다

국가 공인
엘리트의 길을 열다서강대 경제학과 3학년 이한솔

글. 이슬비 | 사진. 현진 (AZA STUDIO) | 2018년 12호

2018. 12. 26 1345

이한솔 군은 지난 9월 29일 행정고시에 최종 합격했다. 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지 일 년여 만의 일이다.
어릴 적 꿈도 공무원이었다. 뉴스에 나와 브리핑을 하는 정부 관료들을 볼 때마다 ‘멋있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대통령이나 장군을 꿈꾸는 것이 어울릴 나이부터 ‘공무원’을 동경한 것이다. 그 꿈을 향한 일차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으니,
이제 어떤 공무원이 될 것인지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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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경제 정책을 펴는 공무원의 꿈

이한솔 군은 2017년 2학기에 휴학하고 본격적으로 행정고시를 준비해 올해 9월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다. 행정고시, 즉 5급 국가공무원 공개채용시험에 합격하기까지는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이 걸리기도 한다. 3차에 걸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380여 명에게만 매년 ‘사무관’이라는 칭호가 주어진다. 그만큼 ‘국가 공인 엘리트’라는 자부심도 크고 사명감도 강하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한솔 군은 좋은 정책을 펼 수 있는 경제 관료의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경제 뉴스를 주의 깊게 읽었을 만큼 관심이 남달랐다.
“제대하고 2학년으로 복학하면서 진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경제학도로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길은 크게 세 분야로 나누어집니다. 공기업이나 한국은행에 입사하거나 행정고시로 사무관에 입직하는 길입니다. 저도 이 세 가지 길 앞에서 고민하다가 행정고시를 준비하게 되었어요.”
공부할 시간을 좀 더 확보하려고 휴학을 하고부터는 친구들과의 연락도 최소화하고 휴대전화도 폴더폰으로 바꾸었다. 카톡도, 인터넷도, 게임도 모두 차단한 채 학교 고시반에 틀어박혔다.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한솔 군은 철저하게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고시반에 들어간 후로는 외출도 자제했다. 고향이 부산인데 명절에도 고시반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설날에도 고시반에서 공부를 했어요. 저 혼자 남았는데 그때 기분이 참 묘했어요. 명절이라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낄 만도 한데 저는 오히려 뿌듯하더라고요. 설날까지도 공부를 놓지 않았다는 것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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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과 성실함이 만났을 때

행정고시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모두 세 번에 걸쳐 시험을 치러야 한다. 3월에 1차 시험이 있었고 2차와 3차를 거쳐 최종 합격 소식을 9월말에야 들었으니 휴학한 시점으로부터 1년여 만에 접한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이한솔 군은 그 전에도 틈틈이 공부했다며 천재 운운하지 말아달라며 손사래를 친다. 오히려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1차 시험에서 8배수를 뽑는데 올해는 커트라인이 좀 낮게 형성된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어요. 아마 제가 1차 커트라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2차 논술시험은 가장 어려운 단계이다. 1차에 합격했으나 워낙 준비 기간이 짧다 보니 남들보다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고 한다.
“원래 계획은 2년 정도 준비하자는 것이어서 솔직히 합격을 기대하지 않았어요. 1차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진짜 운이 좋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2차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기쁘다기보다는 당황스럽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빨리 붙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 믿기지가 않더라고요. 합격했다는 연락이 왔던 날도 고시반에 있었는데, 내년에 한 번 더 도전하겠다는 마음으로 한창 논술 공부를 하던 중이었어요.”
2차 시험을 마친 후 부산에 내려가서도 부모님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요청했던 터였다. 그런데 소식을 전해들은 어머니의 반응은 달랐다고 한다. “네가 합격할 줄 알았다!”라는 게 첫마디였다. 아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공부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2차는 2시간 동안 A4 크기의 답안지 10장을 빽빽하게 채우는 시험입니다. 평소에도 끊임없이 훈련을 해야 해요. 저도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A4 용지 30~40장을 채우는 훈련을 반복했어요. 시험이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이면 고시반 학생들 대부분이 손목보호대나 붕대를 감고 있어요. 신기하게도 시험이 끝나니까 거짓말처럼 멀쩡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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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을 당할 자 없다

이한솔 군의 비법은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한결같았다. 공부를 하는 데 부침이 없었고, 별다른 슬럼프를 겪지 않았다고 한다.
“대개 공부하다가 슬럼프가 오면 잠깐 쉬기도 하고, 주중에 열심히 하면 주말에는 쉬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공부를 쉰 날이 없어요. 특히 작년 초에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하고부터는 하루도 건너뛰지 않았어요. 24시간 공부에만 매달렸다는 말이 아니라 주말에도 공부할 양을 정해놓은 후 그걸 마무리하고 놀았어요.”
이런 공부 습관이 잡힌 것은 재능교육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스스로학습교재를 시작했는데 재능스스로영어, 생각하는쿠키북, 재능스스로리틀한자, 재능스스로한자, 생각하는피자, 재능스스로국어, 재능스스로중국어, 재능스스로수학, 재능스스로과학, 재능스스로한자 등 10여 과목을 단계별로 학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엄청 모범적으로 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다른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던 걸 감안하면 공부 습관은 재능스스로학습을 통해 잡힌 것 같아요.”
어머니의 덕도 있었다고 귀띔한다. 어머니는 ‘이것만 해놓으면 나머지 시간은 무엇을 하든지 신경쓰지 않겠다’고 하셨다. 놀고 싶어 공부하는 게 어린 시절이다. 만약에 어머니가 아들이 노는 것을 못 보고 욕심을 부렸다면 지금 같은 ‘공부하고 노는’ 습관을 갖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릴 적부터 공무원이 꿈이었다는 이한솔 군. 경제 관료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멋있게 브리핑하는 모습을 보며 ‘저런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궁금해졌다고 한다. 그 꿈을 향한 관문을 막 지났다. 이젠 ‘어떤 공무원이 될 것인가’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연수를 받기 전이라 어떤 분야로 진출할지 확답을 하기는 힘들지만 어딜 가더라도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이 되고 싶다. ‘좋은 경제 정책을 펴는 경제관료’가 되어 가끔 텔레비전에서 정책을 브리핑하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