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서울평화초 임설하(4학년) · 임수하(7세) 자매

글. 김문영 | 사진. 김선재(페니레인스튜디오) | 2018년 12호

2018. 12. 26 41

설하가 치는 피아노의 맑은 음 위로 아빠의 기타 소리가 사뿐히 내려앉는다.
귀 기울여 반주를 듣던 수하가 노래를 시작하면 엄마도 화음을 보탠다. 설하네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특별하지 않아도 모두의 마음에 작은 감동을 남기고, 아이들은 그 감동을 세상에 전하고 싶다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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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투며 양보하며 함께 커요

“마미(Mommy)! 나, 헝그리(hungry). 밥 빨리 이트(eat)!” 제법 그럴 듯한 발음으로 영어 단어들을 늘어놓는 수하 때문에 가족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문장이 아니라도 뜻은 충분히 통한다.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수하는 아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 거침이 없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설하와는 또 다르다. 설하와 수하는 이렇게 다른 성격으로 서로를 보완하기도 하고 자극하기도 한다. 두 자매가 가장 즐겨하는 놀이는 계획표 만들기. 하루 24시간의 생활계획표일 때도 있고 할 일 목록을 사각의 표로 정리한 형태일 때도 있다. 둘 다 조용히 앉아 그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자기 계획표에 집중할 때는 더없이 평화롭다. 그러다가 수하가 언니의 계획표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금세 다툼으로 번진다. 설하는 공들여 만든 계획표를 동생이 망치려 한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수하는 멋진 작품에 아이디어를 더하고 싶었을 뿐이기에 언니의 불평이 억울하다. 다툰 이유를 들어보면 언니의 영역을 침범한 동생의 잘못이 더 크지만, 결국 언니는 동생이 혼나는 쪽보다 자신이 양보하는 쪽이 마음 편하다. “수하는 어려서 엄마 이야기를 잘 못 알아들을 수 있으니 너무 혼내지 마세요”라고 말려서 동생을 혼내려던 엄마를 웃게 만드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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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연습

설하는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고 글로 표현하는 데 능숙하다. 《생각하는피자》의 여러 영역 중에서도 제시문을 읽고 자기 생각을 글로 쓰는 유형의 문제를 가장 좋아한다. 어려운 문제는 오래 생각하고 차분하게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한 바를 구체적으로 써 내려가자면 답을 쓰는 공간이 부족할 때도 있다. 책에 다 적지 못한 생각을 재능선생님과 주고받다 보면 길지 않은 수업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간다. 엄마는 설하가 《생각하는피자》를 하면서부터 창작에 관심이 많고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배우고 싶어 하는 시기와 내용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사교육에 특별히 욕심을 내지 않았어요. 설하는 2학년 때 《생각하는피자》를 시작했는데 수지능 영역을 공부하고부터 어려워하던 도형 부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글쓰기도 기계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재미있게 쓸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서 설하에게 잘 맞는 것 같아요.”
글쓰기를 좋아하는 설하의 꿈은 소설가이다. 어른이 읽기에 너무 쉽지 않고 어린이가 읽기에도 어렵지 않은, 모두가 좋아할 소설을 쓰고 싶다는 꿈이다. 언니만큼이나 수하의 꿈도 야무지다. 수하는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되고 싶다. 피아노도 언니만큼 실력을 키우려면 멀었다는 걸 알지만 더 먼 훗날 노래할 자신을 생각하며 열심히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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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은 삶의 감동 속에서

많은 부모가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고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을 찾는다. 설하와 수하의 부모가 생각하는 창의력은 특정 프로그램에 의존하기보다 생활의 감동과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려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한 테마파크보다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여행지를 찾아 나선다. 산, 바다 같은 자연에서 생생한 감동을 느끼고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려 한다.
설하와 수하가 가장 좋았다고 기억하는 곳은 군산의 기차마을이다. 폐쇄된 기찻길 주위로 늘어선 옛날식 상점들은 끊임없이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엄마, 아빠 어릴 적에 유행했던 주전부리며 장난감들, 신기한 볼거리가 가득한 동네였다. 무더운 날씨였기에 느리게 걷고 천천히 둘러보며 시간 여행을 즐겼다. 시원한 음료와 아이스크림의 단맛을 즐기다 보면 저쪽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이렇게 특별한 여행에서 돌아오면 아이들의 계획표는 이전보다 더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진다. 언니는 그림을 그리고 동생은 색을 칠하며 두 자매의 역할이 척척 나눠져 공기놀이 연습하기, 실뜨기놀이 배우기 같은 것들을 할 일 목록에 더해 나간다. 두꺼운 도화지에 그리고 오려서 만든 종이 인형을 위해 이름을 짓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의 완성도나 창의성을 평가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지금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그 좋아하는 마음이 새롭고 특별한 이야기의 시작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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