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에 공감하고 ‘유연’하게 상상하라

‘다름’에 공감하고
‘유연’하게 상상하라

글. 김권수 (휴먼경영전략연구소 대표교수, 《빅브레인: 내 아이 두뇌 성장 보고서》 저자) | 사진. 이미지투데이 | 2018년 12호

2018. 12. 26 108

날갯짓하는 무지개, 사탕을 뿌려주는 구름···, 아이들의 상상력은 엉뚱하고 감각적이다.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새로운 시대는 아이들의 상상력, 감성, 재미가 만드는 창의력의 시대다. 타인과 공감하며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융합하면서 감각적으로 길러지는 것이 창의력이다. 기억과 지식 중심의 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부모에게 난감하고 도전적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창의성 넘치는 감각과 뿌리를 지키고 키우기 위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시대, 창의성의 본질

짐 데이토와 롤프 옌센 같은 미래학자들은 정보화 사회 다음에는 꿈과 감성에 의해 움직이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가치의 원천이 지식과 정보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바뀌는 사회를 말한다. 논리적으로 정답을 찾는 사회를 넘어 상상력으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사회로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미래의 인재가 갖추어야 할 능력으로 ‘하이컨셉(High Concept)’과 ‘하이터치(High Touch)’를 강조한다. 하이컨셉은 창의성과 독창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의미하고, 하이터치는 사람들의 감성을 이해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요즘 감성지능과 다중지능이 새롭게 강조되는 것도 이런 시대적 변화 때문이다. 이 모든 변화의 핵심은 창의성이다. 그렇다면 창의성의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감성과 공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측면을 생각하고 서로 융합하는 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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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창의적인가

약 300억 원에 거래된 피카소의 ‘황소머리’라는 작품은 자전거의 안장 위에 핸들을 붙여 만든 작품이다. 고물상에 버려진 자전거에서 직감적으로 구상했다고 한다. 피카소의 창의력은 호기심어린 관찰력에 있다. 호기심이 살아 있어야 다양한 측면으로 관찰할 수 있다. 그 속에서 다양한 생각이 발산되고 새로운 생각의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합격을 기원하는 일본의 아오모리 ‘합격사과’는 기존 가격의 열 배에도 불구하고 수험생을 둔 부모들에게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흔히 먹던 사과가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았으니 시험에 절대 떨어지지 않는 사과’로 개념이 바뀐 결과다. 이런 생각의 전환은 아이러니하게도 주산지 사과의 90퍼센트가 태풍으로 모두 떨어진 절망적인 상황에서 나타났다.
노약자나 왼손잡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제품을 만드는 ‘유니버셜 디자인’은 디자인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유명하다. 이것은 당시 26세의 페트리셔 무어가 3년 간 노인 분장을 하고 몸소 경험했던 불편함에서 만들어졌다. 아픔과 불편에 대한 공감이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낸 것이다.
수많은 창의적인 결과물에서 우리는 창의성의 속성을 엿볼 수 있다. 바로 호기심이 살아 있는 관찰과 감성적 공감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몰입이다. 새로운 생각으로 우리를 이끄는 호기심과 관찰은 자연히 온전한 몰입을 가져온다. 이러한 몰입이 감성적 공감으로 이어질 때 기존의 생각은 융합되고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진다. 즉 대개 창의적인 사람은 호기심이 살아 있고, 자율적으로 관찰하고 몰입하며, 공감하는 힘을 갖추고 있다.

구속받지 않는 상상력을 살려두라

말랑말랑한 마시멜로, 부러지기 쉬운 스파게티면, 실, 테이프로 탑처럼 구조물을 높이 쌓아 올리는 마시멜로 게임이 있다. 이것을 유치원생부터 대학원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유치원생들이 가장 잘 수행했다. 공학적으로 설계하고 구상하는 대학원생들보다 직감적으로 시도하고 실패하면 빠르게 보완해가는 유치원생들의 창의적 시도가 빛을 발한 것이다.
다중지능의 하워드 가드너는 5세~7세 유아는 그 이전의 아이들이 갖지 못하고 그 이후의 아이들이 잃어버리는 상상력과 창의력, 예술적 민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논리적이지 않고 억제되지 않은 상상력과 창의성을 가장 잘 갖추고 있는 시기가 5세~7세라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 이후에는 잃어버리기 쉽다’는 대목이다. 지식과 논리, 합리적인 정답을 학습하면서 이러한 창의성은 발목이 잡힌다. 따라서 이 시기에 존재하는 창의성의 뿌리와 자원을 잘 살려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금은 엉뚱하고 부모가 생각하는 정답과 거리가 멀어도 구속받지 않는 상상력이 살아 있어야 한다. 그 힘이 청소년기의 정돈된 사고력과 조화를 이루면서 창의력이 제대로 길러질 수 있다. 이렇게 창의성은 평생 유지되고 정교해지면서 점차적으로 길러진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부모가 판단하고 강요하는 획일적인 창의력 교육이 오히려 아이들의 창의성을 파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감으로 느끼고 공감하며 경험하면서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상의 창의력 교육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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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은 창의성의 뿌리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창의적인 결과물에는 반드시 몰입이라는 과정이 나타난다. 따라서 몰입을 방해하는 행위는 창의성을 방해한다고 보면 된다. 아이들은 언제 몰입을 할까? 호기심을 느끼고 재미있을 때다. 이때 아이들은 능동적으로 집중한다. 단지 수동적으로 게임에 집중하는 것을 몰입이라고 하지 않는다. 능동적으로 집중할 때 호기심을 불태우고 거리낌 없이 이리도 생각하고 저리도 시도해본다. 호기심이 작동하면 모든 감각이 살아나 상호작용을 하면서 생동감과 재미를 느끼게 한다. 몰입의 대가인 칙센트 미하이는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몰입하고 호기심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을 중시한다고 했다. 몰입은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고 보상이 되는 놀이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창의성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자율성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관찰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하게 하며, 낯선 것에 겁내지 않고 도전하도록 이끈다. 이때 집중력과 인내심, 끈기도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몰입의 재미를 아는 아이는 다양한 생각의 발산과 수렴의 과정을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창의력을 키워간다.

창의성은 공감과 수평적 관계 속에서 자란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어떻게 길러질까? 창의성은 다양한 관점에 대한 유연함을 필요로 한다. 아이들이 엉뚱한 질문을 많이 하는 이유는 잘 모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특정한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느끼고 보기 때문이다.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일상화되는 시대의 창의성은 자신과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융합하는 힘이 강조된다. 바로 공감 능력이다. 나와 다른 타인과 공감한다는 것은 나와 다름에 주의를 집중하고 관찰하고 경청해야 가능하다. 그런 다음 상대와 유대감을 느끼며 상대의 관점에서 이해하게 된다. 지금의 세상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기술과 상품, 문화적 성공들은 모두 이런 ‘공감’을 바탕으로 한 결과들이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위해서 부모는 공감 능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부모로부터 충분히 공감을 받아본 아이들이 공감 능력을 잘 발휘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말을 호기심 있게 경청하고 관찰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때 부모는 무언가 애써 가르치려 할 것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 아이의 말을 듣고 다양한 관점을 토론하고 표현하는 즐거운 활동을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창의성 꺼내는 방법

  1. 낯선 경험과 표현의 기회를 보다 다양하게 만들자
    다양한 경험은 뇌를 자극하여 활성화시키고 아이들의 창의적 속성을 유지하고 확장시킨다. 낯설고 새로운 여행,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예술적 경험, 오감으로 상호작용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 이 모든 요소가 충족되는 체험장, 여행지를 목록으로 정리하여 주기적으로 함께 다니면 좋다.

  2. 열린 질문으로 생각을 확산하고 관점을 변화시키자
    질문의 중요성은 답이 아니라 생각을 촉진하고 관점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관찰을 시작하는 데 있다. 왜, 어떻게, 만약에, 너라면 등이 들어간 열린 질문을 통해 답을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의 면을 늘릴 수 있어야 한다. ‘5+5=( )’과 같은 질문보다는 ‘( )+( )=10’식으로 역산적·확산적 사고가 가능하도록 질문한다.

  3. 아이 스스로 상상력을 단련할 시간을 주자
    자율성, 흥미, 재미, 상상력은 창의력의 기반이자 촉진제가 된다. 이들 조건에서 몰입도 경험하게 된다. 부족하더라도 아이 스스로 찾고 만들고 완성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시도를 하게 된다. 부모는 최대한 늦게 개입하고 실패에 대해 관대함으로써 아이가 끝까지 완성하면서 상상력을 단련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