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는 힘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는 힘

글. 이민규(심리학 박사, 아주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 사진. 이미지투데이 | 2018년 11호

2018. 11. 27 225

영어 95점, 사회 83점, 과학 70점, 수학 32점. 아이가 이런 성적을 받아왔다면,
당신은 어떤 과목에 가장 먼저 눈이 가고, 어떤 과목에 대해 자녀와 가장 오랫동안 대화를 하겠는가? 아마도 수학일 것이다.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연구 결과, 77퍼센트의 부모는 성적이 가장 나쁜 ‘수학’에 가장 먼저 눈이 가고 그것에
대해 가장 길게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성적이 가장 좋은 ‘영어’라고 답한 부모는 6퍼센트에 불과했다.
왜 많은 부모가 성적이 가장 나쁜 과목에 초점을 맞추는 걸까? 과연 어떤 접근 방법이 자녀와의 관계를 더 좋게 만들고
성적을 더 많이 올릴 수 있을까?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강하다

보통의 부모가 성적이 가장 나쁜 과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자녀 양육뿐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늘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민감한데, 이를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한다.
나쁜 행동은 좋은 행동보다 인상 형성에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인간관계에서도 잘 해준 열 가지는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잘하지 못한 한 가지는 두고두고 기억한다. 긍정적인 사건보다 부정적인 사건을 더욱 더 선명하게 기억하며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을 4배나 더 많이 기억한다. 부정적인 소문이 긍정적인 소문보다 7~8배 빨리 퍼지며, 긍정적인 소식은 평균 3명에게 전파되는 반면 부정적인 소식은 무려 33명에게 전달된다. 또한 인간의 감정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 558개를 분석한 결과, 긍정적인 단어는 38퍼센트밖에 안 되지만 부정적인 단어는 무려 62퍼센트나 된다.
사람들은 이득보다 손실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며 칭찬보다 비난에 더 격한 감정 반응을 보인다. 장점보다 단점을 더 예리하게 포착하며 은혜는 쉽게 잊어도 원한은 잘 잊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의 문학평론가 레슬리 피들러는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강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부정적인 측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까? 이유가 있다. 생존에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포식자의 출현, 화재나 지진 등 나쁜 신호를 무시하는 행위는 최악의 경우 죽음을 부른다. 부정적인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체가 위험 상황에서 살아남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줄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부정성 편향은 생존을 위해 진화된 매우 적응적인 속성이다. 그것이 자녀 양육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 성적이 나쁜 과목을 가장 먼저 보고 가장 오래 대화를 하는 이유도 나쁜 성적이 당락과 성패에 더 치명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개 성적이 가장 나쁜 과목의 점수를 올려야 평균 점수를 올릴 수 있고, 그래야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브이미지

성장과 행복의 열쇠

그런데 가장 나쁜 점수를 받은 과목에 초점을 맞추면 과연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날까? 성적이 가장 나쁜 수학을 가리키면서 “이걸 점수라고 받아왔니? 이유를 설명해봐!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이 모양인지” 라며 다그치다 “빨리 가서 수학부터 공부해!”라고 소리친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얼른 가서 수학 공부를 하자. 그래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자!” 이렇게 각오하면서 분발하게 될까? 천만에 말씀이다. 공부할 맛이 뚝 떨어질 것이다. 물론 사랑하는 자녀가 분발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그리하여 더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지만, 이런 접근은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더 크다.
대신 긍정적인 접근을 하는 부모는 이렇게 반응할 것이다. 성적이 가장 좋은 영어를 가리키며 “영어가 95점이라고? 나는 어렸을 때 영어가 제일 어려웠는데, 비결이 뭐니?”라고 물으면, 아이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그럴 때 “아, 그렇구나. 수학도 그런 식으로 하면 되겠네. 이제 늦었으니까 그만 잘까”라고 한다. 아이가 잠이 올까? 아니다. 오히려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할 것이다.
만사가 뜻대로 잘 돌아갈 때는 누구나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아무나 긍정적일 수 없다. 내가 얼마나 긍정적인지는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자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의 태도로 판가름 난다.
청동과 대리석 조각의 대가이며 미켈란젤로의 스승이자 경쟁자인 도나텔로는 거대한 대리석 덩어리를 구입했다. 그러나 갈라진 틈과 흠이 많다는 이유로 반품했다. 반면 26세의 미켈란젤로는 그 대리석을 구입해 3년 만에 높이 5.49미터의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조각이라는 찬사를 듣는 ‘다비드상’을 제작했다. 사람들이 금이 가고 깨진 돌덩어리로 어떻게 그런 걸작을 만들 수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다비드는 이미 그 안에 있었으며 나는 쓸모없는 부분을 털어내 다비드가 드러나게 한 것뿐이다.”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할 때 돌 속에 갇혀있는 작품이 자신에 의해 꺼내지기를 기다린다고 상상했다.
우리 아이들 속에는 꺼내주기를 기다리는 자기만의 위대한 다비드가 잠들어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아이들 속에 잠들어 있는 다비드를 깨워서 꺼내주는 일이다. 여러분 자녀 속에 잠재한 다비드는 어떤 모습인가?

서브이미지

긍정의 세계로 가는 길 – 그림자가 싫다면 빛을 향해 돌아서라

살아가면서 행여 그림자만 보게 된다면 그건 우리가 해를 뒤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림자가 싫다면 빛을 향해 돌아서면 된다. 마찬가지로 아이에게서 부정적인 면이 자꾸 눈에 띄면 그들에게서 긍정적인 점을 찾아내면 된다. 긍정적인 부모가 되고 싶다면 먼저 관점을 바꾸겠다고 ‘선택’하고 연습을 하면 된다. 어떻게 하면 보다 긍정적이 될 수 있을까?

첫째, 질문을 바꿔라. 답이 달라진다 – 긍정 탐구 기법

한 젊은 화가가 자신의 그림 중 가장 잘 그린 작품을 들고 거리로 나가 그림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달라고 그림 옆에 적어놓았다. 저녁이 되어 살펴보니 지적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젊은이는 큰 충격을 받고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친구가 자초지종을 듣더니 같은 그림을 들고 나가 잘 그렸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지적해달라는 글을 써놓았다. 그랬더니 잘못된 부분으로 지적받은 곳과 거의 같은 곳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넌 왜 이렇게 수학 점수가 엉망이니?” 이렇게 물으면 아이는 점수가 나쁠 수밖에 없는 끝도 없는 핑계들을 찾아낼 것이다. 하지만 “영어는 어떻게 해서 잘 할 수 있었어?”라고 물으면 잘 할 수 있는 근거들을 찾게 된다. 긍정적인 질문을 통해 긍정적인 해결책을 끌어내는 접근법을 ‘긍정 탐구 기법’이라고 한다. 약점 기반의 부정적 접근은 생각보다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강점 기반의 긍정적 접근을 시도하면 예상하지 못한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다.
긍정적인 답을 원한다면 긍정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성적이 떨어진 이유가 뭐니?’라고 묻기보다 ‘어떻게 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라고 묻자. 부모 자신에게도 ‘내가 갖고 있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대신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미국의 시인 E. E. 커밍스는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운 질문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아름다운 답을 얻는다.” 내가 얻고자 하는 답은 무엇이고 내가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인가?

둘째, 어휘를 바꿔라. 태도가 달라진다 – 생각 뒤집기 기법

사토 도미오라는 인물 사진의 대가에게 기자가 물었다. “인물 사진을 잘 찍으려면 가장 중요한 기술이 무엇일까요?”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어떤 기술보다 촬영자가 피사체를 좋아해야만 합니다. 카메라의 눈은 정말 정직합니다. 촬영자가 피사체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무미건조한 감정이 그대로 사진에 반영됩니다.”
그렇다. 자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다면 무엇보다 아이를 좋아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단점이 많아서 좋아할 수가 없다고? 방법이 있다. 자녀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부정적인 단어를 찾아보고 그것을 긍정적인 단어로 대체하는 것이다. 소위 ‘생각 뒤집기 기법’이다. 예를 들어, 아이를 생각할 때 ‘게으르다’, ‘소심하다’, ‘가만있지 못하고 산만하다’는 식의 부정적인 단어가 떠오르는가? 이것을 ‘느긋하다’, ‘조심성이 많다’, ‘에너지가 넘친다’와 같이 긍정적인 단어로 바꿔보라. 자신과 세상에 대한 단어를 바꾸면 생각이 달라지고, 생각이 바뀌면 태도와 행동이 달라진다.

셋째, 표정을 바꿔라. 감정이 달라진다 – 정서의 말초설

눈을 감고 따뜻하게 미소를 지어보라. 어떤 일들이 떠오르고 어떤 기분이 느껴지는가? 이번에는 눈살을 찌푸리고 짜증난 표정을 지어보라. 어떤 느낌이 드는가? 미소를 지을 때와 짜증난 표정을 지을 때 각기 다른 생각과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때부터 인간의 감정은 대뇌가 결정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정서의 중추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윌리엄 제임스 같은 심리학자들은 위와 같은 실험을 해서 표정과 같은 말초기관의 변화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정서의 말초설’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행복하기 때문에 웃지만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 긍정적인 사람은 미소를 짓지만 미소를 짓다 보면 긍정적이 된다. 인상을 쓰고 짜증을 내면서 긍정적일 수 없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부정적일 수는 없다. 행복한 삶을 살면서 자녀의 숨은 강점을 찾아주고 싶다면 부모 자신의 표정부터 바꿔보자.

나만의 긍정주문 만들기

부모의 가장 위대한 능력 중 하나는 자녀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긍정의 힘이다. 그러려면 부모 자신부터 긍정적으로 대해야 한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남에게 줄 수는 없으며, 내 마음의 곳간이 차고 넘쳐야 다른 사람에게도 흘러갈 수 있다.

  1. 당연한 일 속에서 감사할 점을 찾자
    진정으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매우 긍정적이며, 깊이 감사하면서 동시에 부정적일 수는 없다. 하루에 세 가지씩 자신, 가족 및 세상에 대해 그동안 당연시했던 부분에서 감사할 것들을 찾아보자.

  2. 상상력을 동원해 촉발 자극을 만들자
    박테리아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체는 자극의 영향을 받는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싶다면 긍정적인 생각을 유발하는 촉발 자극을 만들면 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저의 장점과 가능성을 찾아주세요”라고 쓰인 표찰을 목에 걸고 있다고 상상하자.

  3. 장점 목록을 만들고 긍정적인 기대를 전하자
    프로이트는 “내가 위대한 사람이 되려고 열망했던 것은 나에 대한 어머니의 믿음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위대한 일을 해낸 사람들 곁에는 언제나 그를 믿어준 사람이 있었다. 오늘 당장 자녀의 나이만큼 장점 목록을 만들고 자녀에게 믿음과 긍정적인 기대를 전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