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아이는 ‘물음표’를 달고 산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물음표’를 달고 산다

글. 정찬호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2016년 2호

2016. 02. 26 857

엉뚱한 질문을 늘어놓는 아이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아이들은 자신의 주변 사물과 일의 원인과 논리에 대해 궁금해 하고 이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마련이다.
쉴 새 없이 두리번거리며 질문을 던지는 아이를 보며 우리는 ‘호기심이 많다’고 한다. 호기심이란 무엇일까?

호기심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 책 [큐리어스 : 인간의 네 번째 본능, 호기심의 모든 것]을 지은 영국의 작가 이언 레슬리는 호기심을 ‘현재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사이에 있는 간극을 좁히고 싶은 욕망’이라고 정의한다. 이것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자,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호기심은 어린아이일수록 넘쳐나고,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두뇌가 노화할수록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퇴화되기 때문이다. 호기심은 특히 영유아기부터 초등학교 어린이에게 많고, 또 중요하다. 호기심은 이 시기의 아이들이 평생 가지고 갈 인생관과 학습 태도를 형성하는 데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호기심과 흥미는 몰입의 힘을 만든다

호기심과 흥미는 몰입의 힘을 만든다

아이는 어떤 대상에 호기심을 느끼면 자연히 흥미를 가지고, 그것에 몰입한다. 그 대상은 아이마다 다르다. 자동차, 야구, 우주, 공룡 등 다양하다. 호기심은 공부를 시작하게도 하지만, 한 번 시작한 공부를 끊임없이 발전시키며 지속하게 해 주는 힘이 된다.
초등학교 2학년 민호는 동물에 대단한 호기심을 가진 아이였다. 클리닉을 찾은 민호는 웩슬러 검사상 언어지능이 상위 2%에 들었다. 민호는 묻지도 않는데 오자마자 애완동물의 이름을 따발총처럼 댄다. 한 분야의 지나친 관심으로 학교 공부가 안 되는 민호를 보며 엄마 선정 씨의 걱정은 날로 늘어갔다. “저러니 아이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워요. 단원평가는 신경도 안 쓰고 맨날 저러고 있으니 정말 걱정돼요.”
나는 민호의 엄마에게 “호기심이 민호를 큰 인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라고 말해 주었다. 그 뒤로 1년여를 클리닉을 다니며 민호는 부족한 부분인 동작성지능 등에 대한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 결과 생물로 번진 민호의 호기심이 수학으로 그리고 영어로, 교과목 공부로 옮겨지며 전교 10등 안에 드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특징이 있다. 바로 “수업 시간에 손을 번쩍번쩍 들고 질문을 자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아이들은 수업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번뜩이는 아이 특유의 호기심으로 학습 내용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며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공부에 끝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알아내는 과정과 몰입,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반면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궁금한 것이 별로 없다. 내용을 다 알아서 궁금한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겠지 하고 책 내용을 외우기에 급급하다. 그러다 보니 공부에 끝이 보이고 똑같은 내용을 계속 본다는 느낌이 들어 쉽게 지친다.

유대인에게 배운다, 하브루타 교육법

  • 밥상머리에서도 질문의 연속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에서 중요시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다. 식사를 하면서 가족끼리 하루 동안 겪은 일이나 이슈가 되는 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한다. 아이들에게는 학교나 방과 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본다. 또한 어른과 이야기를 나눌 때 경청하게 하는 것이 좋다. 어른들의 이야기에 대한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고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찾아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 틀린 답을 말하면 다시 질문하기 아이가 틀린 답을 말하면 즉각적으로 답을 알려 주고 싶더라도 참는다. 대신 아이에게 다시 질문을 해 본다.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 잠들기 전 아이와 대화하기 하브루타 교육에서는 잠들기 전이 중요한 교육 시간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들을 잠자리에 누이고 잠들 때까지 대화를 한다. 책을 읽어 주면서 내용에 관해 질문하는 것도 좋고, 사소한 일상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말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면 잠들기 전에 아이를 부드럽게 안아 주면서 소곤소곤 대화하면 말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 토론하기 전 미리 공부시키기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할 때는 미리 준비하도록 도와주자.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깊게 생각한 다음 아이 스스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해야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타당하게 반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아이의 호기심을 키우는 동행, 부모

아이의 호기심을 키우는 동행, 부모

호기심은 어떤 아이라도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을 키워 인생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위대한 도전을 이루는 것은 아이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부모의 역할이 없이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스티븐 호킹과 빌 게이츠의 성공 비밀은, 강한 호기심뿐만이 아니었다. 의사이자 생물학자인 스티븐 호킹의 아버지는 자신의 연구실에 아들을 불러 마음껏 호기심을 펼치도록 허락했고, 빌 게이츠의 부모는 아들이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호기심을 해소하도록 격려하고, 모든 주제에 대해 아들과 토론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아이의 반복되는 질문에 “그런 건 몰라도 돼.”, “어른이 말하는 데 끼어드는 건 버릇없는 행동이다.”란 권위를 앞세우거나,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무시하기 쉽다. 한 번 호기심 해소의 욕구가 좌절되어 상처를 받은 아이는 다시는 마음 놓고 질문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아이의 호기심이 무조건 용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호기심으로 촉발된 행동이 위험성을 띠거나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것이라면 부모의 개입이 필요하다. 자신과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은 다른 방식으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아이의 호기심 자체를 억누르지 않고, 왜 하면 안 되는지를 아이가 납득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호기심을 꺾는 부모의 행동

  • 1. 권위적인 태도: 호기심이 많은 아이의 의욕을 꺾는 행동 중 하나가 권위적인 태도다. “안 돼, 위험해, 더러워, 그만해, 엄마가 할게.” 등의 말은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무엇을 해 보려고 하다가도 주저하게 만든다.
  • 2. 설명하고 지시하는 태도: 아이가 경험하기 전에 모든 것을 알려 주면 아이는 더 이상 흥미를 가지지 못한다. 그리고 당연한 것처럼 “이렇게 해, 저렇게 해.”라고 이야기한다면 아이 스스로 생각할 능력조차 뺏는다.
  • 3. 무관심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그럴 줄 알았어, 너 때문에 잘못됐잖아, 그렇게 하다 결국 망쳤네.” 같은 태도를 보이면 아이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아이를 탓하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호기심과 ADHD에 대한 오해

호기심과 ADHD에 대한 오해

초등학교 1학년 한결이의 엄마 소희 씨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잊지 못한다. 입학식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결이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기도 하고, 신발을 벗었다 신었다 하는가 싶더니 급기야 옆 아이를 잡아끌고 발로 툭툭 건드렸다.
한결이의 행동을 본 소희 씨는 얼굴이 붉어졌다.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한결이의 이상 행동은 계속 문제가 됐다. 소희 씨는 급기야 아이를 학교에 보낸 후 편해야 할 시간에도 밀려오는 초조함과 조바심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한결이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고 생각한 소희 씨는 상담실을 찾았다. 하지만 검사 결과 한결이는 ADHD가 아니었다. “ADHD는 아니에요. 호기심이 많고 기질적으로 외향적인 아이입니다.” 이처럼 지적 호기심이나 기질적으로 활동성이 강한 아이를 ADHD로 오인하는 부모들이 많다. 반면 아무 문제가 없으니 그냥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달라며 오는 경우에 자주 ADHD를 진단하게 된다. 참으로 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동 발달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이유다.

학령전기와 학령기의 정상 발달의 특징

학령전기(4~6세) 학령기(7~12세)
행동 특성 발달
이정표
엄마, 아빠 관계 관찰
성에 관심
성역할 모방
또래와 어울리기
공포, 귀신, 도깨비 등에 대한 공포
구기운동(축구, 야구 등등), 자전거 타기
모형 제작
이타심이 생김
질서의식을 익힘
단체 행동을 이해
발달 과제 남녀 성역할 학습
가상 놀이
또래와 몸싸움-뒹굴기
경쟁적 게임
컴퓨터 놀이
책, 만화 보기
정신 발달 남근기(성에 호기심)
순종기
‘착한 아이’ 지향
잠복기(성에 대한 호기심이 잠복하는 시기)
권위에 저항
필요한 환경요소 부모의 남녀 관계 모범
성별의 차이와 성에 대한 교육 및 가치관 형성
또래 관계 장려
다양한 사회활동 경험
다양한 문화 교육 활동
전통, 습관, 예절 교육
또래 집단 활동
학교생활 적응
지적 호기심의 충족
배움의 즐거움 경험
성공 경험을 통한 자신감, 효능감 경험
스포츠 게임 등 다양한 신체 놀이
정찬호

정찬호는 마음누리 학습 클리닉 원장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부모를 위한 학습 클리닉(Edu-clinic)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였으며, 교육부 자기주도학습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EBS <생방송 60분 부모>, <생방송 교육마당> 등에 출연하며 ‘행복한 공부’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는 [공부 전문의 정찬호 박사의 헥사 공부법], [내 아이를 위한 끈기의 기술], [공부 동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