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은 어디에서 올까요

안목은 어디에서 올까요트렌드분석가 김용섭

글. 김문영 | 사진. 남승준(AZA STUDIO) | 2018년 10호

2018. 10. 26 125

유행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울 때가 있다. 스스로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았으며
센스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안심할 수 있기 때문에. 트렌드는 이러한 욕망과 소비의 차원을 넘어 개개인의 삶의 태도와
결부돼 있다. 2013년부터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를 펴온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은 올해도 곧 내년도 트렌드를
안내할 신간 출간을 앞두고 있다. 현대인이 안목을 키워가는 방법과 트렌드분석가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흐름과 변화에 대비할 전략을 찾아

성공 사례를 배우는 것이 필수 생존 전략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기업들은 다른 기업의 잘나가는 사업을 연구하고 성공적인 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지금도 반복되는 이 벤치마킹은 가깝게 보면 학부모들이 소위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의 공부법을 알고 싶어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김용섭 소장은 “아이는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데 이미 과거가 된 것을 따라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라고 묻는다.
오늘날 기업도 벤치마킹에만 의존해서는 미래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그래서 경영 컨설팅과 트렌드 분석은 같은 작업이다. 김용섭 소장은 1990년대 후반에 IT 전략 컨설팅을 시작했고 지금은 트렌드 분석을 토대로 경영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 경영 자문에 응하다 보니 각종 정보는 넘쳐나는데 그 정보들의 의미를 꿰고 트렌드를 읽는 시도가 거의 없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었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변화하는 시대와 비즈니스의 흐름을 읽고 다가올 변화에 대비할 전략을 찾는 일이 트렌드 분석이다.

신문 정치면과 문화면 사이 읽기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매체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김용섭 소장은 한글을 알 때부터 신문을 읽었다고 회고했다. 정치와 사회, 경제와 문화를 연결해 독해하는 습관이 그때 이미 형성돼 있었다. 정치면에서 다룬 뉴스가 사회면에 실린다면 어떤 내용이 될지 상상하곤 했다. 잡지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탐독했다. 건축 전문지와 농업 전문지가 동일한 사안을 다루면 그게 중요한 이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트렌드를 읽는 작업은 자연스럽게 취미가 됐다.
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김용섭 소장은 저널리스트를 꿈꿨다. PC통신에 이어 인터넷을 접하면서 인터넷이 새로운 미디어로 성장할 것을 알았다. 어떤 직업을 갖겠다는 목표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따라서, 트렌드를 읽으며 스스로 변화해온 결과가 지금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매체를 분석한 게 특정 직업을 생각하며 한 일들은 아니었어요. 그저 좋아서 했는데 현재의 제 일과도 관련이 있는 좋은 습관이었던 거죠. 트렌드에 따라 제 직업 세계도 자연스럽게 변화해왔어요. 지금의 직업들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래 유망 직업보다 절실한 질문

1990년대나 그 이전 학번은 공부 안 하고 책 읽는다는 핀잔을 종종 들었다. 그때의 어른들은 공부와 독서를 별개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김용섭 소장은 부모님이 자신을 믿어주었기에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자식을 믿는다는 것은 방치하거나 방관하는 것과는 달라서 자식이 살아가는 경쟁력의 밑거름이 된다. 살아가면서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났을 때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키운다. 지금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아이의 판단을 믿는 부모의 태도가 더욱 절실하다고 말한다.
“강연을 다니다 보면 제가 트렌드 전문가라고 미래 유망 직업을 묻는 분들이 많아요. 위험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유망 분야를 탐색하기에 앞서 아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에 관심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그는 수많은 강연과 저작 활동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한다.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일도 로봇과 인공지능이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결국 어떤 사안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역할이며 그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취향이고 안목이다. 안목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삶의 방향과 안목에 관한 메시지는 올 여름 출간한 『실력보다 안목이다』에 담았다. 일상의 곳곳에 스며드는 라이프 트렌드에 관한 그의 최신 진단을 제시할 《라이프 트렌드 2019》는 ‘젠더 뉴트럴’을 핵심 키워드로 다뤘다. 젠더 뉴트럴을 사회 이슈로 국한하지 않고 경제 이슈로 분석했다. 등기 임원 중 여성 비율이 높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성과가 월등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도덕적 당위가 아니라 이 시대 기업의 생존을 위해 젠더 뉴트럴이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5일 동안 호텔 네 곳에 묵는 이유

트렌드를 읽는 눈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 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것은 김용섭 소장이 일하는 방식이자 살아가는 방식이다. 출장으로 호텔에 묵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3일이든 4일이든 한 곳을 정한다. 김용섭 소장은 저가부터 고가까지 매일 다른 호텔에 묵으면서 시설과 서비스를 체험한다. 책이나 인터넷에 소개된 자료는 누군가가 먼저 접한 후의 감상이라서 생생한 경험과는 거리가 멀다. 경험치를 풍부하게 쌓으려면 어느 정도 피로도 감내해야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므로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다.
전문 트렌드분석가에게도 관심이 생기지 않는 분야가 있을까. 김용섭 소장은 사람이 영위하는 모든 분야가 그 대상이고 자신이 하는 일은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라고 했다. 행복한 삶이 유행에 뒤처지지 않고 소비하는 것을 넘어선 무언가라면, 자기 취향과 안목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그 답이 될 수 있다. 김용섭 소장은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취향과 안목을 만들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