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과 긍정과 꿈

즐거움과 긍정과 꿈삼성전자 반도체 선임연구원 김태성

글. 김수영 | 사진. 김선재(페니레인스튜디오) | 2018년 10호

2018. 10. 26 900

경기도 화성시 IT단지의 삼성DSR타워에서 근무하는 김태성 씨.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와
카이스트 대학원을 졸업하고 2015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서른한 살 연구원이다. 늘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다 보니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그는 무엇이든 안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초긍정 마인드의 소유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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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정한 목표, 진짜 공부

‘하고 싶은 것,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김태성 씨의 이야기 본편은 대학 편입부터 시작된다.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는 스트레스 없이 모든 것을 흡수했다는 그는 고교 시절에 사춘기를 맞으며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고 한다. 대학도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선택했는데 입학 후 곧 후회가 밀려왔다고.
“어려서부터 과학자, 엔지니어에 대한 꿈을 막연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고 자동차나 배, 건축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그런 쪽으로 체험해볼 기회가 없었어요. 주변에 꿈이나 진로에 대해 이야기해볼 사람도 마땅치 않았고요.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데는 한계가 있잖아요.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조금씩이라도 경험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
결국 그는 편입을 결심했고 당시 모 인터넷 카페의 편입을 위한 학생들이 모인 스터디 그룹을 찾아 합류했다. 김태성 씨의 목표는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전공 과목을 중심으로 시험을 치러야 했으므로 전공 공부에 열정적으로 몰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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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꿈과 스토리로 카이스트까지

“스터디 그룹은 저를 포함해 서로 다른 대학의 네 명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대학의 어떤 교수님들의 강의가 좋은지 서로 수소문해서 청강을 하기도 했어요. 특히 전자기학은 어렵기로 악명이 높았는데 강의를 듣다보니 그 까다로운 내용을 쉽게 잘 풀이해주는 교수님들이 멋있게 보였어요. 평소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설명하는 것을 좋아해서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가르침을 주고 싶다는 꿈도 생겼고, 카이스트 대학원에도 진학하게 되었어요.”
일 년 간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준비한 끝에 그는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편입에 성공했다. 뛰어난 친구들도 많았고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안 나가던 동창회를 찾을 만큼 많이 기뻐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와 믿음이 바탕이 되었기에 스스로 선택하고 추진해나갈 수 있었다고 그는 생각한다.
편입 성공 경험은 카이스트 대학원 진학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사실 학점에서는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편입을 위해 전공 과목을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면접에 자신 있게 응할 수 있었고 흥미진진한 스토리까지 더해져 예상보다 쉽게 합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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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끈기의 다른 이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가르침을 주는 멋진 교수의 꿈을 가졌던 그는 자신의 기질과 성향이 연구자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고 판단했다. 결국 카이스트의 산학장학생으로 삼성전자에서 일하게 되었고 몸은 고되지만 일이 재미있어 계속 근무하기로 했다. 업계 최고 회사이기도 하고 기업문화도 마음에 들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영상처리 및 컴퓨터 비전을 전공한 그는 컴퓨터가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하고 있다. 또 업무와는 별개로 적극적으로 삶의 활력을 찾고 있는데, 이를 테면 사내 방송댄스 동호회에서 매주 유명 아이돌 그룹의 춤을 배운다든지 실내 테니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중이다.
대학 시절 그는 시험 공부를 하다가도 재미있는 분야를 발견하면 페이지가 넘어가질 않아 결국 시험 범위를 다 훑어보지 못하고 응시한 때도 있었단다. 정작 시험을 위한 공부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지금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재미있는 것을 찾고, 스스로 잘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라’고 당부한다. 쓸데없는 고민이나 ‘해야 한다’는 막연한 압박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그는 어려서 학습했던 《생각하는피자》를 유독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재능스스로수학》을 비롯해 《재능스스로국어》, 《재능스스로한자》 등 여러 과목을 꾸준히 착실하게 학습했는데, 《생각하는피자》는 특히 즐겁게 했다고 기억한다. 당시만 해도 국영수 위주의 과목 외에 그처럼 특별한 사고력 훈련 과정은 다른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었기에 지금 생각하면 무척 소중한 경험이라고. 다만 ‘그때도 즐겁게 잘 했지만 《생각하는피자》를 더 열심히 흡수했다면 창의력이나 호기심을 키우는 데 보다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싶은 건 교수라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지금 어린 친구들에게 창의성 교육의 기회가 가능한 더 많이 주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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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되더라도 잃을 게 없어요

“저는 안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잘 될 거라고만 생각했죠. 시험에 안 되면 일 년 더 준비하면 되고, 그러는 동안에도 또 남는 것이 있거든요. 잘 안 되어도 실은 잃을 게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끈기’라는 말은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단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은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대신 좋아하고 목표가 생기면 스스로 해낼 수 있고 책임감도 생긴다. 그의 경우에도 재미가 있으니까 끈기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함께 공부했던 스터디 그룹원들처럼 서로 돕고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칠 때는 함께 농구도 하고 게임도 하며 베스트 프렌드가 된 그들이 없었다면 혼자서는 힘들었을 거라고. 그 중 한 명은 현재 회사에서도 함께 근무하고 있단다.
김태성 씨는 스물셋 무렵에 존경하는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 읽고 가장 좋아하게 된 책 한 권을 추천했다. 랜디 포시 교수가 쓴 《마지막 강의》. 췌장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대학교수가 자신의 경험을 담은, 꿈에 관한 책이다. 그는 후배 학생들도 자신에 대해 무한한 긍정 마인드를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이루어내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