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신의 모습부터 돌아볼까요

부모 자신의
모습부터 돌아볼까요
몰입을 방해하는 것들

글. 권지영(작가) | 일러스트. 김지영 | 2018년 8호

2018. 08. 24 674

유례없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 첫날, 아이들에게
오늘은 ‘해야 할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날이라고 선포했다. 평소에 조금이나마 규칙적으로 하던 공부나 연습을
전부 안 해도 된다 하니 아이들은 이리저리 뛰고 발을 구르며 좋아했다. 흥분이 가라앉자, 집안은 고요해졌다.
우선 아이들은 거실이나 방에서 뒹굴며 만화책을 읽었다. 놀이터에 나가 땀에 흠뻑 젖도록 놀다가 들어와서는
방구석에 있던 물감과 붓 세트를 꺼내 커다란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집중했으며, 한껏 즐겼다. 엄마가 불러도 모르는 ‘몰입의 시간’이었다.

몰입의 즐거움

뉴턴은 중력의 법칙을 어떻게 발견했느냐는 질문에 “한 가치관을, 그것 한 가지만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는 한 가지에 집중하여 몰입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 생각해보면 몰입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눈앞에 놓인 일이나 떠오르는 생각에 온 마음과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며 점점 치열해지는 것도,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몇 십 분 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도, 무언가 떠올랐을 때 한동안 그림을 그리는 것도 모두 몰입이다. 몰입은 그 자체로 대체 불가능한 희열을 맛보게 하고, 그 영역에서 발전을 이루게 하는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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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의 허상

나에게 스마트폰은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알람, 캘린더, 노트, 전화, 문자 메시지, 카메라, SNS 등 복합적 기능을 하는 스마트폰을 하루에도 수십 번 들여다보게 된다. 문제는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용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위험한 멀티태스킹도 서슴지 않게 된다는 데에 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도 필요한 내용을 메모하거나 검색하려고 스마트폰을 늘 곁에 두는데, 카톡이나 다른 알림으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열어보았다. 시계 대용으로 늘 곁에 두니 아이들에게 수학 개념을 설명하다가도 메시지를 확인하곤 했다. 운전중 빨간 신호에 걸려 정차중일 때 급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라디오에서 운전중 통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캠페인 광고가 나와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에게 민망했던 때도 있다. 아이들과 한참 이야기하던 중간에도 스마트폰에 마음을 뺏겨 “뭐라고 했지?”라고 물은 적도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일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도 집중하기 어려웠다. 삶의 질도 저하되고,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런 내 모습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도 밥을 먹으며 책을 읽고, 수학 문제를 푸는 중에 틈틈이 그림을 그리기도 하며, 엄마가 수학 개념을 설명하는 동안 마음이 급해 이미 문제를 푸느라 설명을 다 못 듣기도 했다. 한 번에 한 가지씩 몰입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지거나 부모의 기대가 많아질 때 멀티태스킹의 유혹이 온다. 멀티태스킹은 사실 태스크스위칭(Task-Swithching)이다. 뇌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집중력을 전환하라는 요구를 받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뇌는 과부하되고 수축하며, 인식에 문제를 불러온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해 문제해결능력, 도전대응능력, 감정조절능력, 회복력, 충동억제 등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한 가지 일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만족감이 없고, 여유도 없으며, 불안정하고 실수가 잦아진다. 더 큰 문제는 관계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싱글태스킹》의 저자 데보라 잭은 ‘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하나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습관은 몰입하는 즐거움을 빼앗고 실수를 만들며, 관계에 상처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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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에 집중, 하나씩 이루어가는 즐거움

아이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나랑 얘기할 때는 스마트폰 안 보면 안돼요?” 엄마가 자기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문제였던 것이다. 아이들의 요구로 인해 그 동안의 내 모습을 돌아보았고, 나부터 ‘한 번에 한 가지씩’ 해나가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내 행동을 수정해야 했다. 먼저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에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 하교 후에는 ‘비행기 모드’로 전환했고, 검색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에는 메모지에 써 두었다가 시간을 내어 컴퓨터로 찾아보았으며 가능하면 아이들 취침 후에 했다. 장볼 거리도 되도록 종이에 메모했고, 예전의 알람시계를 꺼내기도 했다. 혼자 있을 때뿐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에도 집중해 책을 읽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엄마가 무언가에 집중해 있을 때에는 중요한 얘기가 아니면 잠시 참는 훈련도 필요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엄마만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주었고, 잠시 기다릴 줄도 알게 되었다. 물론 나도 아이들이 무언가에 집중해 있을 때는 심부름을 시킨다든지 말을 거는 데 조심했다.
아이들의 공부나 악기 연습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집중하기 좋은 편안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하교 후에는 우선 아이들이 쉬도록 했다. 피곤해서 낮잠을 자고 싶어 하면 자도록 두었다. 이후로도 공부나 악기 연습 중간에 주기적으로 쉬는 시간을 주었다. 아이들이 마냥 빈둥거리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질 때는 ‘세렌디피티’를 생각했다. 우연히 뜻밖의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있고 무언가를 생각할 시간이 있을 때라는 의미이다. 한가로운 시간이 아이들의 창의성 향상에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일단 공부를 시작하면 주어진 하루 분량을 하되, 집중하여 빨리 끝내면 자유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을 늘 강조했다. 이는 효과가 있어서 아이들은 다음날 것까지 미리 공부하기도 했다. 자기조절능력도 생기고, 몰입 시간도 길어졌다. 모르는 것을 질문해오면 바로 답하기보다 다시 생각해보라고 돌려보내거나 약간의 힌트만 주어 생각을 유도했다. 아이가 그 문제에 더 집중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때때로 아이들은 공부하기 싫다며 힘든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에는 가끔 쉬게 했지만 대부분은 그 감정에 가볍게 공감만 하고 깊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감정으로 공부를 대하기보다, 공부를 하다가 느끼게 되는 재미를 경험하길 원했다. 그래서 해야 할 것을 먼저 하도록 매일 ‘To do list’를 작성하게 해보았는데 초기에는 효과적이었다. 체크하면서 해나가는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좋았지만 나중에는 머릿속에 선명한지 흐지부지 되었다. 또한 체력을 단련시키고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도록 규칙적인 운동으로 수영을 하게 했다. 수년간 지속했지만, 최근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다른 운동을 알아보고 있다. 친구들과 노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어서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친구들과 마음껏 놀도록 했다. 또 방과후교실이 시작되기 전 한 시간 동안은 되도록 친구들과 놀며 관계의 나무도 즐겁게 가꾸어나가고 있다.

소중한 것을 잃지 않는 방법, 싱글태스킹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과잉 성취의 유혹에 빠져 있고, 우선 순위를 잊은 채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차례로 그 다음 일에 집중하는 것은 일의 성취와 관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꼭 필요하다. “가장 소중한 일이 중요하지 않은 일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요한 볼프강 괴테는 말했다. 모든 일에 집중할 수도 없고,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도 없다. 다만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일 혹은 그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은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별하고 그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원한다. 또한 아이들이 인생을 통째로 던져도 아깝지 않은 일에 몰두하며 살기를 바란다.
아이가 유난히 어려워하는 수학 단원을 꼼꼼히 개념 정리를 하도록 도와주고 한 번 더 문제를 풀어보라며 방으로 들여보냈다. 전보다 잘 풀리는지 열린 문틈으로 노랫소리가 들렸다. 아이에게 즐거운 마음이 찾아온 것이다. 아마도 몰입의 문으로 들어가는 중이리라.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랫소리는 잦아들었다.

권지영은 전직 의사이고 초등학교 4학년 쌍둥이 딸들을 키우는 엄마이다.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여행과 사진 촬영이 취미다. 종종 도서관과 동네 책방, 미술관 등을 찾아다니는 것을 즐긴다. 일곱 살의 딸들과 여행한 에세이를 담은 책 《너에게 한번뿐인 일곱 살엔》과 자녀와의 미술놀이 방법을 담은 《우리집 미술놀이》라는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