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방탈출 카페 ‘셜록홈즈’ 공동 창업주 권충도, 박찬원

글. 김수영 | 사진. 김선재 (페니레인스튜디오), 언리얼컴퍼니 제공 | 2018년 2호

2018. 02. 28 140

여럿이 머리를 짜내어 60분 안에 밀폐된 방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는다.
영화 세트장 같은 공간에서 숨어 있는 단서들을 찾아내고 이를 조합해 추리해내는 게임을 즐긴다는 방탈출 카페가 요즘 인기다.
그 중 다양한 테마와 탄탄한 스토리 라인으로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타고 국내 1위의 점유율을 달리는 브랜드는
‘셜록홈즈’. 셜록홈즈를 탄생시킨 개발사 언리얼컴퍼니의 두 창업주 권충도, 박찬원 대표를 만났다.

“방탈출 게임이라는 신기한 게 생겼다고 해서 호기심에 한번 가봤어요. 네 명이 함께 갔는데 일인당 2만 원, 넷이서 한 시간에 10만 원 가까이 쓴다는 게 놀라웠죠. 더 놀라운 건 예약이 꽉 차서 3~4주 후에나 예약이 된다는 거예요. 이건 뭐지, 사람들이 왜 이걸 찾지 싶었죠. 막상 해보니까 그럴 만했지만 뭔가 아쉬웠어요. 우리가 기획해서 만들면 훨씬 재미있겠다 싶어서 제가 권 대표를 졸랐습니다.”
셜록홈즈, 방 탈출, 단 마디로 거의 모든 것이 이해되면서 확 당기는 강렬함에 비해 박찬원 대표의 창업 동기는 다소 밋밋하게 들린다. 하지만, 지금 이들이 체험하고 있는 길은 매우 다이내믹하다.

호기심에 한번 가보고, 바로 이거야!

언리얼컴퍼니의 권충도(사진에서 왼쪽), 박찬원 대표는 결단력만큼 사업 진행 속도도 빨랐다. 아이디어를 모아서 5개의 테마 스토리를 만들고, 2015년 11월에 매장 공사에 들어갔다. 한 달 간 온종일 공사에 매달린 끝에 ‘셜록홈즈’의 문을 열었다.
“딱 하루 오픈하고 체험 문자를 50통이나 받았어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이건 좋고 저런 건 안 좋았다 하는 소상한 느낌까지. 고객들이 장문의 문자를 그렇게 보내주시는 게 신기했어요. 게임 개발자이자 크리에이터로서 굉장한 보람을 느꼈고, 우리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건 충격이고 신선한 경험이었구나,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죠.”
소문을 듣고 밀려든 손님들로 처음 두 달 간은 예약조차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게 해달라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면서 감당할 수 없게 되자, 2016년 4월에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언리얼컴퍼니는 단일 브랜드로는 전국 최다 매장수 37개에 연매출 30억 원을 돌파하면서 일찌감치 유망 벤처기업의 궤도에 오른 상태다.
“우리의 놀이 문화라는 게 정체되어 있는 반면에 젊은 사람들은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는 걸 느꼈어요. 여럿이 같이 놀아도 제각기 느낌이 다른데, 방탈출 게임은 노래방이나 영화관과는 다른 체험감과 희열감을 느끼실 거예요. 현대인은 누구나 영웅이 되고 싶은 심리가 있다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같이 머리를 맞대고 미션을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 유대감을 만끽하기에 이만한 게 있을까요?”

삶의 뜻이 맞는 두 친구의 같은 길

박찬원, 권충도 대표는 방탈출 카페 창업을 결심할 당시 평촌의 큰 학원가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서울대 동기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내가 하고 싶은 길을 택해 직접 만들어가겠다’는 인생 모토에서 뜻이 맞는 친구였다.
“둘이 방 보증금 500만 원씩 빼서 전단지를 뿌려가며 뜨겁게 시작했죠. 지금 생각해도 정말 드라마틱했어요. 그런데 주변에 수백 개의 학원들과 경쟁해야 하니 규모도 어느 선에서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우리가 처음에 구상한 그림만큼 되지 않더라고요. 학원은 수능이 가까워지면 좀 한가해지는데 그때 방탈출 카페에 갔다가 이렇게 넘어오게 된 거죠.”
입시학원을 운영한 경험 덕분에 많은 학생과 부모님을 만나며 느낀 점도 많았다고 한다. 자신들도 서울대 입학이라는 누구나 선망하는 결과는 얻었지만 정작 올바른 길이었나 싶은 괴리감에 많이 힘들었고, 그 끝에 창업을 선택하고 준비한 주인공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지금 자라나는 어린 후배들과 그 부모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무척이나 많다.
“우리나라는 입시가 한 가정의 큰 미션이죠. 그렇게 대단한 것처럼 보이는 입시도 지나고 나면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보다 가족들이 힘을 합쳐서 그 입시라는 큰 장애물이 가리고 있는 길을 스스로 찾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해요. 이때 부모님의 역할은 정답은 모르지만 같이 고민해주는 거예요. 공부하라는 말보다 학교 탐방이나 여행 체험을 시켜주시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어요.”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간다는 자부심

지금 언리얼컴퍼니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간다는 자긍심으로, 또 자신들이 만든 브랜드가 업계를 리드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 단짝이 무엇보다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오는 것은 그들의 젊고 상쾌한 마인드 때문이다.
“새로운 경쟁업체가 들어오는 것도 저희는 대환영입니다. 그만큼 시장이 매력이 있다는 뜻이잖아요. 저희가 개발한 소스는 감추지 않아요. 어디든 공개 가능합니다. 다양한 테마를 계속 개발해나갈 자신이 있으니까요.”
셜록홈즈는 초창기에는 ‘공포’ 위주의 테마가 많았지만, 가족이나 직장인 단위의 고객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다양한 테마와 스토리로 선회하고 있다. 대중적이고 재미있는 스릴러 영화나 액션 테마를 소재로 차용해 개발하는데, 매달 새로운 테마를 한 개 이상 출시하고 영화처럼 주기적으로 바꿔주면서 체험에 신선함을 유지하려고 한다.
최근 언리얼컴퍼니는 사업 방향과 규모가 확장되면서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기업과의 마케팅 협업으로 셜록홈즈의 콘셉트를 신제품 홍보 부스 등에 활용하는 것인데, 얼마 전에는 코엑스, IFC몰에 방탈출 체험을 짧게 활용해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신제품을 홍보하는 부스를 만들기도 했다. 또 하나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하는 사업이다. 이미 천안시와 공동 사업을 추진했었고, 앞으로 강원도 정선의 고한읍과는 마을 살리기의 일환으로 공동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령화로 지방이 비활성화 되기 때문에 지역 축제 등에 방탈출 카페 콘셉트를 활용해 젊은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지자체나 콘텐츠진흥연구소와 같이 진행하는데 이것 역시 앞으로 사업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 하반기에는 테마파크나 코레일 테마 기차에도 방탈출 카페의 요소를 도입하는 계획도 진행중이라고 하니 방탈출 게임의 대중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 같다. 특수 안경을 쓰고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VR장비나 QR코드, 앱을 연동한 체험 요소들까지 가미해 세대교체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 시작된 방탈출 게임이 오히려 역수출되는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 방탈출 게임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수준으로 개발하는 것이 우리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새롭고 멋진 모습으로 즐거움을 선사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