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고 재미있게 답을 찾아가지요

엉뚱하고 재미있게 답을 찾아가지요수학적 감각으로 동화 읽기

글. 김정하 (수학 칼럼리스트) | 모델. 박시은 | 사진. 그림스튜디오, 유토이미지 | 2017년 6호

2017. 11. 15 4436

많은 사람들이 수학은 어렵다고 느낍니다.
학창시절을 보낸 지 한참인 어른들조차도 여전히 수학에는 두려움을 가지는 경우가 많지요. 수학은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요?
수학을 처음 공부할 때 즐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학과의 첫 만남이 즐겁다면 아이들은 수학을 훨씬 더 신나게 공부할 수 있을 거예요.
아이들에게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알려주세요. 여기, 아주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동화 읽기

엄마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아이의 독서 능력과 습관을 길러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독서의 힘과 중요성을 믿기 때문인데요. 덕분에 엄마도 어릴 때 보았던 동화를 자연스럽게 다시 읽게 되지요. 흔히 엄마가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줄 때는 생동감 있게 구연하는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합니다. 그런데 수학자인 엄마의 눈에는 동화 속에 펼쳐진 재미있는 수학 세상이 보이네요. 수학은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의 즐거움이 중요합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수학적 사고력을 키워주고 싶다면, 가장 좋은 교구로 역시 동화를 꼽을 수 있지요. 어렵지 않냐고요? 늘 하던 대로 엄마와 함께 책을 읽되, 수학적 요소를 곁들이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똑같은 동화를 읽더라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수학적 사고력도 함께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자, 우리에게 친숙한 몇 편의 동화를 수학적으로는 어떻게 풀 수 있는지 한번 볼까요.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간 심청이 『심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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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 석? 심청이는 도대체 얼마에 팔려간 거지?”
어디 한번 계산해 볼까요? ‘석’은 곡식을 세는 단위인 ‘섬’과 같으며 180리터쯤 됩니다. 그러니 삼백 석은 5만 4,000리터가 되죠. 쌀 100리터는 80킬로그램이에요. 쌀 삼백 석을 무게로 환산하면 4만 3,200킬로그램이 되네요. 이것이 몇 가마니나 될까요? 쌀 한 가마니는 80킬로그램. 따라서 모두 540가마니가 됩니다. 한 가마니에 20만 원 정도라고 계산하면 1억 800만 원! 심청이는 아버지가 눈을 뜰 수 있게 하려고 1억 800만원에 팔려가 인당수에 빠졌던 것입니다.

불쌍한 흥부 이야기 『흥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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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기를 밥 먹듯 하던 흥부가 김부자 대신 매를 맞는 장면이 나옵니다. 김부자 대신 매를 맞으면 한 대에 한 냥, 모두 30냥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흥부는 하루에 170리씩 며칠을 걸어서 매를 맞으러 감영으로 갑니다.
“170리라면 얼마나 걸어간 걸까?”
1리는 약 400미터이니 모두 68킬로미터를 걸어간 겁니다. 사람은 1시간에 고작 2~3킬로미터쯤 걸을 수 있으니, 흥부는 하루가 넘도록 꼬박 걸어갔던 거예요. 매를 맞아 돈을 벌기 위해서 말입니다.

쥘 베른의 모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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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80일 만에 세계 일주를 할 수 있을까요?”
80일이라고 하면 채 석 달이 되지 않습니다. 지구 둘레만 해도 약 4만 킬로미터. 그러나 주인공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면 약 3만 5,000킬로미터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80일에 이만큼 움직이려면 하루에 얼마나 가야 할까요? 계산해보면 432.5k킬로미터씩이나 움직여야 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가 400킬로미터가 조금 안 되니 80일 동안 매일 부산보다 조금 더 먼 거리를 움직여야 했겠네요.

키에 대한 상상 『걸리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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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아저씨가 만난 소인의 키는?”
책에는 소인국인 릴리퍼트 사람들의 키가 6인치라고 나옵니다. “스토리가 그래”라며 무심코 지나치지 마세요. 수학적 호기심을 발휘해 보는 거예요. 1인치는 2.5센티미터이므로 6인치는 15센티미터 정도입니다. 소인국 사람들의 키가 얼마나 작은지 새삼 느끼게 되죠? 한편, 걸리버 아저씨의 키는 6피트. 1피트는 30.5센티미터니까 약 180센티미터. 고작 15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소인국 사람들이 걸리버 아저씨를 보고 얼마나 놀랐을지도 짐작되세요?

동화도 읽고, 수학적 감각도 키우고!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동화들이지만,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니 흥미롭죠? 수학의 눈으로 읽다 보면 때로는 엉뚱한 것들이 계산되어서 더욱 재미있습니다. ‘정말? 얼마나? 과연?’ 같은 질문에 대해 수학은 답을 찾게 도와줍니다. 그렇게 이야기 속에서 신나게 답을 찾아가며 아이는 수학과 친해집니다. 여러분이 읽고 있는 책을 수학적 눈으로 보세요. 이전에 이미 읽었던 책도 다시 꺼내 보게 될 겁니다. 특히 추리소설의 경우는 많은 암호들이 숨어있는데요, 수학 감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는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되고, 더불어 논리적인 생각과 직관력도 자라날 것입니다.

김정하

김정하는 수학교육학 박사이자 현재 ㈜케이엠에스 대표이다. 일본 츠쿠바대학과 미국 유타대학에서 수학교육과 융합교육에 대해 연구했으며, 저서로는 〈수학적 귀납법〉, 〈수학이보인다 – 생활편〉, 〈수학이 보인다-예술편〉, 〈신문이 보이고 뉴스가 들리는 재미있는 수학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