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로 이끄는 즐거운 체험공간-art & play & science

창의로 이끄는 즐거운 체험공간
art & play & science

글. 이은화 (멀티아티스트, 융합미술연구소 CROSSING 소장) | 사진. 이은화, 국립과천과학관, 핸즈온캠퍼스 | 2017년 6호

2017. 11. 15 664

창의성은 기존의 틀을 깨는 다양한 생각과 경험에서 나온다.
프랑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공명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늘 접하는 공간이 아닌 새로운 장소를 만날 때, 우리의 생각도 넓어지고 새로워진다.
아이에게 창의성을 길러주고 싶다면, 무엇보다 아이를 창의적인 공간으로 인도할 일이다.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예술과 놀이, 과학 등의 요소를 두루 체험할 수 있는 창의융합적인 공간을 소개한다.

예술과 자연이 만나 교감하는 놀이터 : 뮤지엄 산

서브이미지

강원도 원주 산자락에 위치한 뮤지엄 산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놀이와 힐링을 선사하는 특별한 미술관이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곳에는 시각적인 즐거움이 가득하다. 80만 송이의 패랭이꽃이 만발한 ‘플라워가든’과 자작나무 숲길을 지나면 본관 건물이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신비한 ‘워터가든’이 나타나고, 거대한 붉은 조각 <아치웨이>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본관 뒤에는 경주 고분에서 영감을 얻은 안도 다다오가 9개의 작은 돌산들을 펼쳐 놓은 ‘스톤가든’이 이어진다.
본관에 들어서면 종이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종이박물관과 체험공방 그리고 매년 두 번의 기획전과 상설전이 열리는 청조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종이와 문자, 영상 기술을 접목한 체험형 미디어 아트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작품도 볼 수 있다.
뮤지엄 산에서 반드시 찾아야 할 곳은 ‘제임스터렐관’이다. 빛의 예술, 라이트 아트의 세계적 거장인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볼 수 있는 특별관으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스카이스페이스’를 비롯해 빛과 공간의 환영을 체험할 수 있는 마법 같은 ‘간츠펠트’ 등 그의 대표작 4점을 감상할 수 있다. 관람만 하기 지루하다면, 판화공방과 다양한 미술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산뜰리에>에 들러보자.
이렇게 웰컴센터에서부터 제임스터렐관까지 이어지는 총 700미터의 미술관 길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휴식과 산책, 미술 감상과 체험, 예술과 과학이 접목된 라이트 아트까지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산 속 놀이터다.

하늘과 바다, 숲이 만나는 리지엄(Reseum) : 하슬라아트월드

서브이미지

미술관에서 잠을 잔다? 그런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물지만, 하슬라아트월드에서는 가능하다. 하슬라아트월드는 시원한 동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해안 절벽 위에 조성된 독특한 복합문화공간이다. 해와 밝음이라는 의미의 순 우리말인 ‘하슬라’는 고구려 때 불리던 강릉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
설립자인 조각가 부부의 작품을 비롯해 수많은 예술품으로 채워져 있는 하슬라아트월드는 총 7만 7천여 평의 부지에 현대 미술관과 피노키오 미술관, 마리오네트 미술관, 조각공원, 카페와 레스토랑, 예술품으로 채워진 아트 호텔까지 갖추고 있다. 보고, 먹고, 걷고, 쉬고, 즐기고, 머무를 수 있는 리지엄(Resort +Museum)이다. 산길을 따라 조성된 조각공원은 힐링의 숲길인 ‘성성활엽길’을 비롯해 최고의 바다 전망을 볼 수 있는 ‘소나무정원’, 대형 해시계가 설치된 ‘시간의 광장’, 해돋이 명소인 ‘하늘정원’, 다양한 조각품이 전시된 ‘바다정원’, 소똥으로 만든 작품들이 설치된 ‘소똥갤러리’, 돌 작품이 전시된 ‘돌갤러리’ 등으로 꾸며져 있다. 미술관학교에서는 마리오네트 인형 만들기, 나무아트, 예술체험, 두뇌개발 등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하슬라아트월드의 가장 큰 매력은 바다 전망의 아트 호텔이다. 총 24개의 객실은 모두 방 크기와 디자인이 다를 뿐 아니라 가구들도 모두 예술 작품이다. 엄마 자궁 속처럼 오목하게 움푹 파인 둥근 침대, 바르셀로나 구엘공원을 연상케 하는 색색의 타일로 된 욕조, 거실로 불쑥 침입한 구불구불한 세면대, 2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롱테이블 등 가정집에선 결코 볼 수 없는 창의력 물씬 풍기는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들도 모두 설립자 부부의 작품들이다. 하늘과 바다, 예술이 만나는 미술관 호텔에서의 하룻밤은 아이에게 새로운 생각을 향한 눈과 귀를 열어줄 것이다.

그림보고 별보고, 캠핑하고 :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 송암스페이스센터

서브이미지

미술관을 지루해하는 아이에게 유쾌한 미술관 경험을 주고 싶다면,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을 권한다. 화가 장욱진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4년 양주시 장흥면 계명산 자락에 지은 그림 같은 미술관으로, 숲 속 언덕에 지어진 건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매듭처럼 엮인 네모난 공간들이 사방으로 뻗어나온 듯한 외관은 하늘에서 보면 마치 꼬리를 치켜든 호랑이의 모습을 닮았다. 장욱진의 호랑이 그림과 집 그림들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으며, 하늘에서 보면 마치 꼬리를 치켜든 호랑이의 모습을 닮았다. 영국 BBC 선정 ‘세계 8대 신미술관’에 소개되는 등 건축적으로도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한 흰색의 벽과 천장으로 되어 있다. 자연 채광을 최대한 받아들이기 위한 큰 창과 반듯하지 않고 조금씩 삐져나간 기다란 방 모양의 전시실과 계단 등이 인상적이다. 이곳에 영구 전시된 두 점의 벽화 <동물가족>과 <식탁>은 장욱진 화백이 덕소 작업실 벽에 그렸던 것을 통째로 옮겨온 것이다.
미술관 마당에서 개울물 위로 놓인 구름다리를 건너면 아기자기하고 예쁜 장흥조각공원이 나타난다. 재미난 동물이나 동화 속 주인공이 등장하는 조각들도 많아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최근에는 미술관 주변으로 ‘미술관 옆 캠핑장’이 들어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양주시에서 보다 저렴하고 깔끔하게 유지, 관리하고 있다.
시설 좋기로 소문난 송암스페이스센터가 바로 곁에 있으니 미술관 관람과 천문대 코스를 함께 잡는 것도 좋겠다. 당일 코스도 좋지만, 1박 2일의 천문과학캠프를 비롯해 아이들에게 우주에 관한 꿈을 키워줄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음을 기억하자. 숲 속에서 그림도 보고 별구경도 하고 캠핑도 할 수 있는 곳이 국내에는 흔치 않다.

아트에서 첨단과학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 국립과천과학관

서브이미지

1986년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가까이에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 국립과천과학관까지 함께 있어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연중 수시로 찾아야 할 최고의 융합 공간이다. 우선, 오전은 자연 속 미술관에서, 오후는 첨단 과학관에서 보내기를 추천한다.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둘러싸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성곽과 봉화대 같은 한국의 전통공간을 서양의 현대 건축과 잘 조화시켜 지은 것이 특징이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세계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백남준의 거대한 비디오 작품, <다다익선>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1988년에 설치된 이 작품은 개천절을 상징하는 총 1,003개의 컬러 TV 모니터가 탑 모양으로 층층이 쌓여 구성되었다. 아이와 함께 감상하며 미술과 과학기술, 작가의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1층 로비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장이자 교육 공간인 어린이미술관이 자리한다. 회화부터 첨단 미디어아트까지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감상하고 만지고 체험하면서 미술과 친해지는 공간이다. 잘 꾸며진 야외조각공원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로봇처럼 생긴 노래하는 조각을 비롯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조각 작품들이 많다.
2008년 개관한 국립과천과학관은 ‘기초과학에서 미래기술까지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학 전시관이다. 138억 년 전 우주 생성부터 알 수 있는 ‘자연사관’부터 우주과학 체험공간인 스페이스월드, 지름 25미터 돔스크린에 재현한 밤하늘 입체 형상을 체험할 수 있는 ‘천체투영관’, 1미터 구경의 반사망원경으로 밤과 낮의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천체관측소가 모여 있는 ‘천문우주관’, 내가 직접 프로그래밍한대로 달리고 펀치를 날리는 로봇 조종사가 되어보거나 ‘도티’처럼 로봇 배틀게임을 방송으로 전하는 방송 크리에이터가 되어볼 수 있는 ‘미래상상SF관’, 우주여행을 체험할 수 있는 ‘첨단기술관’ 등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지진 발생 상황을 4D로 실감나게 체험하면서 대처법을 배워보는 ‘지진체험관’, 비옷을 입고 비바람을 느껴보는 ‘태풍체험관’은 가장 인기 있는 체험물이다. 평일은 물론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한 과학창의체험 프로그램들도 다양해 어릴 때부터 과학에 대한 흥미와 꿈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다.

신나는 놀이가 교육이 되는, 핸즈온캠퍼스

서브이미지

레고와 로봇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시간을 선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서울 용산 전자랜드 신관 4층에 자리한 ‘핸즈온캠퍼스’는 세계적인 완구 기업 레고의 교육 체험관이다. 상상하는 모든 것을 브릭으로 만들어 움직여보고, 코딩의 기본 원리를 배우면서 나만의 로봇을 만들며 상상력과 창의력, 논리력 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대학의 연구실을 떠올리게 하는 9개의 연구소와 2개의 스마트 교실에서는 전문 큐레이터와 함께 4시간 동안 체험이 진행된다. 다양한 로봇들의 작동 원리를 배우는 로보랩, 로봇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의 원리를 체험하는 매스랩, 탐사 로봇으로 미션을 수행하면서 우주의 환경을 이해하고 꿈을 키우는 스페이스랩, 인체에서 발생하는 전기적인 신호와 신체 신호로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바이오랩, 레고의 심플 머신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실험하면서 자동차의 기계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핸즈온랩, 실험을 통해 다양한 에너지를 확인하고 로봇을 통해 운동의 역학관계를 이해하고 실험하는 사이언스랩,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는 공학 디자인을 모방한 레고 로봇들을 사용해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물건들을 만들어보는 엔지니어링랩, 다양한 모델과 함께 과학, 공학, 기술, 수학에서 활용되는 테크놀로지를 탐구하는 테크랩 등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또한 플레이그라운드에서는 비행기 날리는 로봇, 씨름로봇 등 여러 형태의 레고 로봇으로 로봇 경기를 체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각 체험 프로그램마다 1시간 정도씩 스마트교실이 마련되어 있고 마인드스톰 소프트웨어, 스크래치, 자바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로봇을 제어하는 코딩 실습을 할 수 있으니, 사전에 일정을 확인하기 바란다.
머릿속의 상상을 손으로 만들어 움직여 보면서 아이들은 어렵게 생각하던 과학, 기술, 공학, 수학과 즐겁게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추상적인 개념들이 손에 잡히는 공간, 핸즈온캠퍼스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놀면서 생생한 공부를 하게 된다.

일상 속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창의 활동

아이들의 창의성은 일상 속에서도 얼마든지 키워줄 수 있다. 큰 준비 없이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팁을 전한다. 아이들이 유치원 때 해본 활동이지만 조금만 응용하면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도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창의 활동이 되니 기억해두자.

  1. 서브이미지

    1. 팝콘으로 만든 예술
    간식으로 팝콘을 맛있게 먹고난 뒤, 조금 남겨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자. 먼저 반 고흐의 그림 <아몬드 나무>를 프린트해 아이에게 보여준 뒤, 떨어진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을 함께 주워 재료를 준비한다. 팝콘과 풀, 간단한 채색도구도 동원해 아이만의 아몬드 나무를 표현하게 해보자. 신나는 상상이 더해지며 재미있는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2. 서브이미지

    2. 산책길에 남기는 드로잉
    산책하기 좋은 계절, 아이와 함께 집 근처 공원이나 산길을 산책할 때면 스케치북이나 종이, 색연필을 챙기자. 울퉁불퉁한 나무 기둥이나 거친 바윗돌 위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색을 칠하면서 자연의 질감과 미술의 마티에르 효과를 동시에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산책길에 마음에 드는 낙엽들을 함께 주워보자. “어느 나무에서 떨어진 잎일까?” “이건 침엽수일까, 활엽수일까?” 등의 대화를 나누며 자연을 탐구해보는 것이다. 부모가 나무 이름을 다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그냥 유추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관찰과 상상은 창의력의 기본이다. 집밖으로 나가 마음껏 관찰하고 마음껏 상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하자.

이은화

이은화는 멀티아티스트이자, 융합미술연구소 CROSSING 소장이다.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했고, 런던 예술대학 회화 전공 석사와 소더비 예술대학원 현대미술학 석사를 마친 후, 맨체스터 대학원에서 미술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미술과 타 장르간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는 모토로 융합미술연구소 크로싱을 열고 다양한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대학과 미술관, 기업, 방송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그랜드 아트 투어], [숲으로 간 미술관], [자연미술관을 걷다], [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 어린이를 위한 책 [7일간의 마티스 그림 연구], [상식을 뛰어 넘는 현대미술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