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보다 우리 것

내 것보다 우리 것‘소유’를 비우고, ‘공유’를 채운다

글. 이희욱 (블러터 편집장) | 모델. 김현우, 최나린 | 사진. 그림스튜디오, 유토이미지 | 2017년 5호

2017. 09. 13 64

결혼 14년차에 접어든 우리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은 ‘집’과 ‘차’이다. 물론 결혼 연차를 막론하고 모든 가정의 2대 숙원사업일 게다.
지금까진 집과 차의 종착지는 ‘소유’였다. 그런데 이 고정관념을 머잖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소유’에서 ‘공유’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 얘기다.

‘아나바다’가 나홀로족과 IT를 만나면?

공유경제는 말 그대로 내 물건을 남들과 나누어 쓰는 행위에 기반한 경제 활동 및 문화를 일컫는다. 미국 하버드대 로렌스 레식 교수가 처음 언급했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한 기원은 불분명하다. 공유경제는 단순한 재활용이나 물물교환 개념은 아니다. 공유란 행위가 기부나 절약 차원을 넘어 엄연한 경제 활동으로 이어지는 점에서, 새로운 산업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 배경엔 정보기술(IT)의 발전과 24시간 끊김 없는 네트워크, 그리고 스마트폰의 보급이 있다. 알음알음으로 필요한 물건을 나누고 교환하던 시절이 ‘아나바다’라면, 공유경제는 정교한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원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찾아내 이를 효율적으로 연결해주는 정보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시대 변화도 공유경제 활성화에 한몫했다. 1인 가구 전성시대다. 나홀로 살며 남는 방을 여행객에게 단기 임대하거나, 자동차를 세워두느니 다른 이에게 빌려주는 여유가 생겼다. 나도 굳이 내 소유가 아니더라도 필요할 때마다 누군가의 집이나 차, 기타 물건들을 값싸고 편리하게 쓸 수 있게 됐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문화, 공유경제가 탄생한 배경이다.

차부터 장독대까지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차부터 장독대까지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지구촌 공유경제의 축소판은 ‘우버’다. 우버는 차량 공유 서비스다. 대표 서비스는 ‘우버X’다. 차량 소유주가 ‘우버 기사’로 등록하고 스마트폰에 응용프로그램(앱)을 깔면 준비는 끝난다. 승객이 호출을 하면 앱으로 알림이 오고, 목적지에 맞는 우버 기사가 이에 응해서 손님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가면 된다. 탑승 이력부터 요금 결제, 승·하차 정보는 모두 스마트폰 앱에서 실시간 진행된다. 우버는 택시 서비스를 넘어 고급 리무진(우버블랙), 관광택시(우버트립), 음식 배달(우버이츠)까지 서비스를 확장했다. 서비스 방법은 다르지만, ‘쏘카’와 ‘그린카’도 국내에서 주목받는 차량 공유 서비스다.
자동차 나눔의 대명사가 우버라면, 집은 ‘에어비앤비’가 대표 주자다. 에어비앤비는 남는 집이나 방을 여행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유명 관광지 호텔이나 펜션은 관광철이면 예약이 몰릴 뿐더러 요금도 만만찮다. 아는 현지인이 있다면 염치 불고하고 신세를 좀 질 텐데. 이 욕구를 파고든 서비스가 에어비앤비다. 집주인은 방을 임대해 수익을 올리고, 여행객은 원하는 기간만큼 값싸게 숙소를 구할 수 있다.
공유경제의 실핏줄은 생각보다 촘촘하다. 매일 아침, 구겨진 드레스셔츠 때문에 고민인가? ‘위클리셔츠’(www.weeklyshirts.co.kr) 같은 셔츠 공유 서비스에 맡기자. 월정액을 내면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맞춰 내 ‘핏’에 꼭 맞는 드레스셔츠를 집으로 배달해준다. 입었던 옷은 반납하면 된다. 나는 새 드레스셔츠를 입을 뿐, 내 것으로 소유하지는 않는다. 여행 경험도 공유할 수 있다. ‘마이리얼트립’(www.myrealtrip.com)은 여행 상품이 아니라 여행 경험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평범한 지역 토박이들이 가이드로 참여해 번잡한 패키지 여행이 아닌 ‘진짜 여행’을 도와준다. 요즘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을 단기로 대여해주거나, 직접 장을 담가 먹고픈 이들에게 집 앞마당 장독대를 ‘임대’해주는 이들도 생겨났다. 내가 쓰지 않는 모든 물건이 누군가에겐 쓰임새 있는 물건으로 변모한다.

우리 아이가 스무 살이 될 무렵

우리 아이가 스무 살이 될 무렵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자산 규모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사회의 공유 자산은 늘어나고 있다. 개인 사무실 대신 공동 사무 공간, 이른바 ‘코워킹스페이스’를 이용하는 1인 기업이 넘쳐난다. 확실한 소유 대상이라 믿었던 집과 차도 공동체 소유로 슬며시 넘어가는 시대다.
내 아이가 성장할 미래엔 어떤 새로운 공유 문화가 만들어질까. 가깝게는 대학 간 학문 영역도 파괴될 수 있다. 요즘 뜨는 온라인 교육 ‘무크’를 보자. 무크(MOOC : 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대학 수업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강의 시스템이다. 아직은 특정 대학이나 기업 안에서만 강좌가 제공되지만, 앞으론 대학 울타리를 넘어 자유롭게 강좌를 수강하는 시대도 예상해볼 수 있다. 특정 기업이나 단체에 소속되지 않고도 자신의 재능이나 전문성을 나눠 쓰는 인재 공유 문화도 기대해볼 만하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 미국경제동향연구소 소장은 공유경제를 통해 에너지와 자원 사용을 줄여 사회의 생산비용을 줄이고, 산업 구조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대학이나 회사, 인력까지 공유하는 세상에서 ‘내 것’과 ‘네 것’의 경계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으로서는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도 이제는 소유하기보다 공유하는 삶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 말이다.

이희욱

이희욱은 종이잡지의 향수를 갖고 있는 19년차 IT 기자. IT 전문 인터넷 신문인 [블로터 (bloter.net)]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