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해

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해아나운서 김현욱

글. 김지원 | 사진 제공. 아나운서(주) | 2017년 2호

2017. 03. 15 187

‘ON AIR’. 방송 중임을 알리는 붉은 등이 켜질 때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 있다.
담백한 목소리를 듣다 보면 자연스레 믿음이 가는 사람. 위트 넘치는 유머에 분위기를 띄우는 춤사위까지 더해질 때면 팔방미인이 따로 없다.
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를 더한 ‘아나테이너’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김현욱 아나운서다.

한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마이크를 내민다. 교복을 입은 학생은 카메라에 잡히는 자신의 모습이 영 어색해서 우물쭈물한다. 그러면 남자는 사소한 가족의 이야기나 함께 출연한 친구들의 이야기로 자연스레 학생의 말문을 틔운다. 남자는 학생의 작은 이야기에도 “우와~” 하는 리액션을 보이면서 학생의 마음을 놓게 한다. 어느덧 학생은 고생하는 엄마의 이야기까지 털어놓고 눈물짓는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남자가 바로 김현욱 아나운서다. KBS의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진행했던 <도전 골든벨>에서 보여준 그의 입담은 ‘아나운서이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정리하기에는 차원이 다르다. 아니나 다를까. 2013년에는 [스토리텔링 스피치]라는 청소년을 위한 스피치 교육 도서를 발간하면서 스피치 달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런가 하면 ‘아나운서주식회사’를 설립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우리말을 제대로 가르치면 바른 인성을 세우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해 스피치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사업체를 만든 것이다. 이와 함께 아나운서주식회사에서는 아나운서 및 방송전문 진행자를 키워내면서 후배 양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김현욱 아나운서는 ‘아나테이너’이기 전에 명실상부 스피치의 전문가라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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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특별하지 않더라도 꿈이 너를 특별하게 만들어줄 거야

“지극히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학교와 집을 오가는 일상적인 패턴이었고요. 대학교에 진학할 때에도 뚜렷한 꿈이 없었어요. 어학에 소질을 보이던 차에 막연히 어학과에 갔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죠. 그래서 가장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는 스페인어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정했어요.”
뚜렷한 꿈을 가지지 못한 때이기에 가능성만을 염두하고 선택한 진학이었다. 그랬던 그가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하게 된 건 군 복무를 마치고 떠난 1년간의 콜롬비아 유학생활과 6개월간의 미국 어학연수를 하면서였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을 만나 대화하면서 소통의 재미를 알았다.
“외교관이나 방송 분야로 진출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죠. 고민을 정리하려고 순례길을 걸었는데, 그 길 끝에 다다랐을 무렵에 아나운서가 돼야겠다고 진로를 정했어요.”

꿈을 찾자 김현욱 아나운서의 생활은 이전과는 달라졌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지내오던 생활 가운데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소질의 씨앗이 싹을 틔워왔던 부분을 찾기로 했다. 그렇게 느끼자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는 거침이 없어졌다.
운이 좋게도 마침 재학 중이던 고려대학교 KUTV 방송반에서 아나운서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운 좋게 뽑힌 방송반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김현욱 아나운서는 자신의 과거 평범함 속에 숨어 있던 특별함을 건져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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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보다 경험과 열정이 더 중요해

김현욱 아나운서는 학내 방송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졸업반이 가까워져서야 본격적으로 아나운서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방송활동에 목이 말랐고 배가 고팠다. 방송 카메라 앞에 설 수만 있다면 케이블TV 아나운서, 홈쇼핑 쇼호스트, 재능방송 보조출연까지 가릴 게 없었다.
“저는 이론에 파묻혀 있을 생각이 없었어요. 몸으로 부딪쳤죠. 흔히들 더 멀리 뛰기 위해 웅크린다고 학원에 다니면서 책에 얼굴을 파묻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러면 실전에서 자신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어떤 단점을 가지는지 알기 어렵죠. 말도 마찬가지에요. 대화해 보지 않으면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어디까지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돼요.”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에 카메라가 무섭지 않은 아나운서, 준비된 아나운서인 KBS 공채 아나운서로 우리 앞에 드러났다.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오랜만에 운동을 하면 어색하고 몸이 아프듯이 말하기도 자꾸 해봐야 단련된다. 경험을 쌓아야 말하기에도 여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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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PR시대, 직업과 상관없이 말하기는 중요하다

“말하기는 생각의 깊이와 비례합니다. 조리 있게 말할 줄 알게 된다는 건 생각의 정리가 되었다는 말과 같습니다.”
<도전 골든벨>을 진행하면서 김현욱 아나운서는 수많은 학생을 만났다. 잘을 잘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도 많았다. 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말을 잘하는 학생이 비교적 학습과 창의적인 면에서 두각을 보인다는 걸 발견했다. 말하기에 숙련된 학생은 생각을 체계화하는 연습 역시 되어 있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조금만 연습하면 자기만의 스토리를 정리하고 사람들 앞에 드러낼 수 있어요. 이런 자기만의 스토리가 중요한 이유는 지금이 ‘자기PR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직업이 무엇이든지간에 자신을 드러내는 게 중요해 졌어요.”
자신만의 이야기라는 건 결국 창의성과 직결된다. 창의적인 학생은 결국 자신만의 방법으로 길을 찾아내거나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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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아나운서의 Tip, 말문을 틔는 대화스킬

작년 12월 결혼하고 올해 5월 이란성 쌍둥이의 아빠가 되는 김현욱 아나운서는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성장의 동력이자 사회를 버티는 힘이라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어떠한 재능도 자기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태어날 아이들에게는 경쟁보다는 바른 가운데 자신만의 힘을 쌓게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한다. 그리고 우리네 자녀들에게 모두 전하고 싶은 말하기 노하우를 전한다.
“일단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대화라는 건 상호작용인데 상대의 말을 들어야 말할 거리도 생기지 않겠어요? 내가 할 이야기들만 생각하다 보면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7:3의 법칙이 있습니다. 대화 가운데 7은 듣고 3은 말한다고 생각하면 더 여유로운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김현욱 아나운서는 압박감을 버리고, 내가 쓰는 말이 반드시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라고 말한다.
“두 번째로는 말은 할수록 는다고 스스로 믿는 동시에 끊임없이 배워야 합니다. 영어권 사람의 말이라도 100% 맞는 영어는 아닙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당연한 듯 우리말을 쓰지만 모두 맞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방법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쉽게 질리니 인터넷에 떠도는 뉴스 원고를 반복해서 읽어 보면 좋은 연습이 될 것입니다. 세 번째는 말문은 간단한 질문으로 열라는 점입니다. 취향과 날씨, 하루 일과를 묻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대화가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목소리는 대부분 몸통을 울려 들리는 소리입니다. 목소리에 따라 전해지는 감정이 다릅니다.”
김현욱 아나운서는 말하기의 고민은 누구나(심지어 아나운서들도) 갖는다고 덧붙인다. 평범하게 시작했으나 특별하게 날아오르고 있는 그의 말이 대화를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될 거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의 날들에 대해 말했다.
“굵고 길게 삶을 사는 것도 좋겠지만, 나만의 길이 있다면 굵기야 어떻든 오래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가랑비처럼 자연스레 대중에 스미는 아나운서로 꾸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