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밥상 전쟁!

오늘도 밥상 전쟁!밥은 안 먹고 피자와 햄버거만 찾는다고요?

글. 이현미(아동청소년상담센터 지오 소장) | 인포그라픽. 놈스 | 2016년 12호

2016. 12. 16 454

“아이 입이 짧아서 밥 먹일 때마다 전쟁이에요.”
“몸에 좋은 음식만 찾아서 해 주는데 입에도 안 대고 피자랑 햄버거만 찾아요.”
“밥 먹이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려요.”
부모 마음을 몰라 주고 먹는 일로 속을 썩이는 아이들. 얘들아, 밥 좀 제대로 먹어 주면 안 되겠니?

음식이란 사람을 살아갈 수 있게 지탱해 주는 일차적인 에너지의 근원입니다. 특히 어린아이에게 음식은 질병이나 성장과 직접 연관되기 때문에 부모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은 음식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대신 부모가 못 먹게 하는 ‘금기’의 음식들을 탐하죠. 밥을 먹으면서 집중하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먹기 싫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좋은 음식을 잘 먹이려는 부모와 올바르지 못한 식습관으로 빠지고 있는 아이들 사이의 전쟁이 계속됩니다. 우리 아이들의 식습관, 이대로 괜찮을까요? 건강한 식습관은 어떻게 잡아 주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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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출처: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팀(1~12세 어린이 796명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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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출처: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팀(학부모 대상)

억지로 먹는 거 싫어! 절대 안 먹을 거야!

식습관은 아이의 성격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잔병치레가 많거나 키가 작은 경우, 부모는 아이가 먹기 싫어하는 음식을 혼내면서 강압적으로 먹이곤 합니다. 아침식사를 무조건 밥으로 먹이려는 부모도 있습니다. 아무리 아이를 위한 것이라도 해도,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습관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어른도 자기가 싫어하는 음식을 누군가 억지로 먹인다면 정말 싫겠죠. 청국장을 안 먹는 직원을 끌고 가서 “이 정도는 먹을 줄 알아야지!” 하면서 억지로 먹이는 상사가 있다면? 그 직원의 마음은 어떨까요? 상사에 대한 반발심만 커질 겁니다. 그뿐 아니라 청국장은 더 싫어져서, 쳐다보지도 않을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억지로 음식을 강요당할 때 자신의 의견이 무시당하고, 자신의 영역이 침범 당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식을 강요 당해 강제로 먹는 일이 반복되면, 아이 마음속에 반발심과 분노가 생겨납니다. 억지로 먹이려 하는 부모에 대한 반항심과 그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동시에 커지는 것입니다. 또 그런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과정에서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화를 내면서 먹으면 음식이 좋은 느낌으로 다가올 리 없습니다. ‘음식=혼나는 느낌’으로 기억에 남으면 앞으로도 먹는 일을 즐기기 힘듭니다.
식감이나 향에 예민한 아이들은 더욱더 싫어하는 음식 먹기를 괴로워해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음식을 먹는 행위는 심리적인 부분과도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밥맛이 뚝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죠.
타고나기를 잘 먹는 아이도 있고, 먹는 일에 관심이 적은 아이도 있습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외로우면 과식을 하면서 심리적 배고픔을 채웁니다. 반대로 입맛을 타고나지 않은 아이들은 심리적인 어려움이 생기면 더 먹지 않습니다.
그러나 타고난 입맛과 상관없이 자라면서 음식에 대한 태도도, 식성도 얼마든지 바뀝니다. 어렸을 때 입이 짧고 잘 안 먹던 아이가 신체발달이 급속도로 이루어질 때 갑자기 잘 먹기 시작하기도 합니다. 성장 과정에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으므로 멀리 보고 다양한 음식에 천천히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따라다니면서 떠먹여 줘야 돼?

밥 먹일 때마다 숟가락을 들고 온 집 안을 돌며 쫓아다녀야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런 아이를 둔 부모는 식탁에 얌전히 앉아 밥을 먹는 아이가 얼마나 부러운지 모릅니다. 식성이 좋은 아이, 주변의 자극거리를 덜 찾는 아이의 경우 얌전히 앉아 먹는 연습이 비교적 쉽습니다. 이와 반대의 조건을 가진 아이에게는 한자리에 꼼짝 않고 먹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앉아서 먹는 연습은 시켜야 합니다.
아이를 대신 봐 주는 조부모나 베이비시터 등의 양육자들일수록 아이를 쫓아다니면서 먹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밥을 안 먹으면 돌봐 주는 양육자가 아이 부모에게 미안해지기 때문이죠. 사실 부모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온종일 밥만 먹이며 시간을 보낼 수는 없기 때문에 쫓아다니면서라도 일단 빨리 먹이려 합니다. 때로는 아이에게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보여 주며 한자리에 머물게 하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따라다니면서 먹이면 아이는 자신이 먹지 않아도 먹여 준다는 것을 알아서 스스로 먹으려는 의지를 갖지 않습니다. 습관도 잡히기 어렵습니다. 일단은 식탁에 앉히는 게 중요합니다. 장난감이라도 가지고 오도록 해서 식탁에 앉히는 습관부터 길러 주세요. 그런 다음 조금씩 스스로 먹을 수 있게 해 주세요. 먹는 도중 식탁에서 내려온다면 식탁 바로 옆에서 놀게 하세요. 따라다니며 먹이는 것보다 그러면서라도 엄마(양육자)에게 와서 먹게 하는 것이 낫습니다. “오늘은 세 숟갈을 혼자 먹고 다섯 숟갈은 엄마가 먹여 줬지? 그럼 내일은 네 숟갈을 혼자 먹어 볼까?” 하면서 놀이처럼 목표를 정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스스로 먹는 횟수나 양을 늘려가게 해 주는 겁니다. 적어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수개월 전부터는 30분 안에 식사에만 집중하여 스스로 먹는 연습을 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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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출처: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교육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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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는 입맛과 체형을 버린다

현대인들은 바쁘다 보니 식사를 간편히 해결할 수 있는 외식과 패스트푸드를 자주 접합니다. 가족 모두 바쁜 일상을 보내야 하는 요즘 매 끼를 정성 들여 만든 집밥으로 해결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조리에 시간을 들이지 않는 간단한 음식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이때 가장 쉬운 선택지가 라면과 치킨,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입니다. 학원과 학원 사이를 오가느라 넉넉하게 식사 시간을 즐길 수도 없는 요즘 아이들은 패스트푸드에 더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식탁 앞에 앉아 느긋하게 밥을 먹는 아이를 보면서 “그러다 학원 늦겠다, 빨리 먹어.”라며 재촉해 본 일은 없으신가요? 아이에게 천천히 음식을 먹을 여유도 주지 않으면서, 패스트푸드를 먹지 말라고 외쳐 봐야 공허합니다. 짧은 시간 후루룩 먹기 좋은 것이 패스트푸드니까요.
그러나 패스트푸드가 가져오는 부정적인 영향도 우리는 잘 압니다. 비만과 영양 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하죠. 2014년 교육부의 학교건강검사에서 전체 초·중·고교생 중 비만 학생 비율은 15%로 2010년 14.3%에서 0.7% 증가했습니다. 남학생 비만율이 초등학생 15.9%, 중학생 15.8%, 고등학생 17.8%로 여학생 비만율(초등학생 11.5%, 중학생 13.4%, 고등학생 16.9%)보다 높았습니다.
음식을 사 먹거나 나가서 외식을 하더라도 기왕이면 영양을 고려한 식사를 하도록 도와주세요. 특히 채소 섭취가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균형 잡힌 식사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성장기에 섭취한 영양들은 신체와 두뇌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다져진 건강은 일생을 좌우하는 귀한 자산이 됩니다. 또한 이때 접한 식습관이 평생의 입맛도 좌우합니다. 아이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가르쳐 주세요.

아이의 식습관, 이렇게 바로 잡아 주세요!


  1. 1. 식사 시간에는 기분 상하는 이야기를 하지 마세요
    식사 시간은 가족이 모여 대화할 수 있는 많지 않은 시간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부모는 이 기회를 틈타 잔소리를 하려고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대화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도 이때만은 부정적인 얘기를 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세요. 식사를 할 때는 즐거워야 음식이 좋아지고 식사가 행복합니다.
  2. 2. 식사 시간은 30분을 넘기지 마세요
    식사 시간에 제한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발달단계에 따라, 또 입맛이 좋은 아이인지 까다로운 아이인지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을 할 필요는 있지만, 식사 시간은 대체로 30분 정도가 좋습니다. 식사하는 시간에 대한 감각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시간 안에 밥을 먹는 습관을 들일 수 있습니다.
  3. 3. 밥 먹을 때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보여 주지 마세요
    무엇인가에 정신이 팔려 밥을 먹는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따로 있음을 의미합니다. 식사 시간은 가족이 함께 모이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해 주세요. 엄마 아빠부터 식탁에 스마트폰을 가져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또한 밥을 먹으며 이런 매체를 시청하면 식사 시간도 늘어나게 되므로 반드시 제한해 주세요.
  4. 4.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한 가지씩은 꼭 챙겨 주세요
    올바른 식습관을 들이기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꼭 한 가지씩은 챙겨 주세요. 그러면 좀 더 한자리에서 앉아 먹이기가 수월합니다. 돌아다니기 쉬운 앉은뱅이 밥상보다는 식탁이 더 낫습니다. 그리고 부모도 싫어하는 음식이 있음을 인정하고 아이가 모든 음식을 다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하나씩 좋아하는 음식을 늘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습니다.
  5. 5. 정해진 식사량을 다 먹으면 칭찬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세요
    밥을 잘 안 먹는 아이에게 식사 습관을 들일 때는 식사량을 조금씩 늘려 주세요. 처음에는 조금만 주어 다 먹었다는 성취감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식사에 대한 부담이 없이 식사 습관을 들일 수 있습니다. 간식은 정해진 양을 다 먹은 뒤에 주도록 합니다.
  6. 6. 새로운 음식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세요
    새로운 음식을 꺼릴 수 있습니다. 모든 음식을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조금씩 자주 접하게 해야 합니다. 아이가 다양한 음식에 접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제는 안 먹던 음식을 내일은 좋아할 수도 있게 되니까요. 아이의 또래 친구나 비슷한 나이의 친척 아이들이 먹는 것을 보게 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또래가 먹는 것을 보면 따라 먹고자 하는 마음이 좀 더 생길 수 있습니다.
  7. 7. 아이와 함께 직접 요리를 해 보세요
    싫어하는 채소도 엄마와 함께 요리를 해 보면 능동적으로 먹고 싶어집니다. 그 음식에 대한 감각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요리 과정을 보면 흥미가 생겨 음식에 대한 거부감도 적어집니다. 채소를 유난히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면 화분이나, 주말농장의 텃밭에 채소를 길러 보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현미

이현미는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아동심리치료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지오’를 운영하면서 아이들과 부모들의 삶의 파트너이자 멘토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놀이치료학회 이사, EBS <부모 – 육아를 부탁해> · 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솔루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