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라는 사고력 수학 공부법

생각이 자라는 사고력 수학 공부법초등학생을 위한 사고력 수학 일곱 번째 이야기

글. 박만구(서울교육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 모델. 이우진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림스튜디오 | 2016년 12호

2016. 12. 16 102

연산만 반복하는 수학 대신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사고력 수학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이해했습니다.
이제는 사고력을 기반으로 한 수학 공부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생각해 볼까요?
사고력 수학은 수학이라는 영역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때로는 인문학의 영역과도 멋지게 만납니다.
사고력 수학을 공부하면서 인문학적 소양도 깊어진다는 놀라운 사실, 만나 보시죠.

인문학으로 수학 공부하기

다음 이야기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작품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할까?]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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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읽고 나면 여러 가지 주제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오릅니다.

  1. 1) 이 이야기를 읽고 어떤 점을 느꼈어?
  2. 2) 농부는 왜 죽었을까?
  3. 3) 인간은 왜 욕심을 자제하지 못할까?
  4. 4) 농부는 도대체 얼마나 먼 거리를 갔다 온 걸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수학적으로 설명해 볼래?
  5. 5) 농부가 무리하지 않고 제 시간에 돌아올 수 있는 거리는 얼마 만큼일까? 어느 지점에서 뒤돌아 와야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을까?

질문은 끝없이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직접 질문을 만들어 보라고 하면, 아마 더 많은 질문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런데 일단 위의 질문들만 보더라도, 인문학적 질문들과 함께 수학적 질문도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수학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습니다. 문학작품을 읽으면서도 다양한 수학적 사고를 해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학문은 창의와 융합의 관점에서 각 과목의 영역을 더욱더 넘나들게 될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절제와 공유하는 삶, 자족의 삶에 대한 가치도 배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거리, 넓이, 시간에 대한 어림산 및 거리에 대한 양감 등 수학적 요소도 공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접근을 경험하다 보면 수학적 사고력은 더욱 발달되겠죠.

여러 가지 방법으로 풀도록 격려하기

사고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틀에 박히지 않은 다양한 생각을 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문제를 풀 때도 여러 가지 해법이 가능한 문제를 제시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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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어떻게 풀었을까요? 이미 방정식을 배운 아이라면 이원일차연립방정식을 활용하여 풀겠지요. 즉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x+y=80 (x; 닭의 수, y; 돼지의 수)
2x+4y=220

이처럼 식을 세운 뒤 x와 y의 값을 구하여 문제를 풀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방정식을 배우지 않은 아이라면 어떻게 이 문제를 풀까요?

아래와 같이 푸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머리와 다리가 각각 80개, 220개이므로 계산하기 편하게 일단 10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러면 각각 8개와 22개가 되죠. 이를 그림으로 그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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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이해하셨나요? 삐죽삐죽 나온 것은 다리입니다. 머리 8개를 그리고 나서 각각 다리를 그려 넣어 봤습니다. 일단 2개씩 모두 그려넣었더니 6개가 남네요. 그럼 그걸 다시 2개씩 더 그려 넣었더니 3마리까지만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다리가 4개 달린 것은 3마리, 2개 달린 것은 5마리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아까 나누어 놓았던 10을 다시 곱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아이는 대답했습니다. “돼지는 30마리, 닭은 50마리요!” 정답입니다.

저는 이렇게도 질문해 봤습니다. “한 사람이 농장에 가서 소리를 크게 질렀어. 그랬더니 닭과 돼지가 놀라서 닭은 두 발 중 하나를, 돼지는 네 발 중 두 발을 들어 올렸지. 그러면 바닥을 짚고 있는 다리는 모두 몇 개일까?” 네. 반으로 줄었으니, 모두 110개가 됩니다. 그리고 머리의 수는 그대로 80개입니다. 그런데 다리의 수 110과 머리의 수 80은 30이 차이가 납니다. 왜 그럴까요? 그렇죠. 바로 돼지입니다. 지금 돼지는 두 발로 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돼지가 30마리, 닭이 50마리가 됩니다.

위에서 제시한 짧은 문장만으로 각기 다른 여러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응용해서 모두 닭이나 돼지로 바꿔 생각하여 풀어가는 방법, 머리와 다리의 개수의 비를 생각하여 풀어 가는 방법, 그래프를 그려서 만나는 점의 좌표를 구하는 방법 등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교대 영재원에 있는 학생들에게 풀도록 하였더니 모두 20여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해법이 나왔습니다. 이와 같이 다양한 해법이 있는 문제는 다양한 생각을 촉발시켜 사고력을 왕성하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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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수준을 진단해서 적절한 문제 제시하기

수학은 학생들 사이에 가장 편차가 심한 과목입니다. 같은 학년, 같은 교실 안에도 수학을 잘하는 학생부터 수학을 잘하지 못하는 학생까지 다양한 수준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수학 공부에는 수준별 학습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하여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아이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아이의 수준에 적합한 문제나 과제를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가장 효과적으로 수학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언어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비고츠키가 주장한 이론으로 ZPD(Zone of Proximal Development; 근접발달영역)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극을 받으며 잘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이론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수준보다 어느 정도 낮은 것은 교사나 어른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해가 가능한 영역이고, 어느 정도 이상은 혼자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뛰어난 동료나 교사의 도움이 있으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습은 그 둘 사이(ZPD)에서 잘 일어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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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아이들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도전감을 느끼면서 수학 공부를 잘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아이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있는지 파악한 뒤, 그 아이에게 적절한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무 쉬워도 시시해지고, 너무 어려워도 의욕이 생기지 않습니다. 혼자서 자신 있게 할 수 있거나, 약간의 도움을 받아서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의 학습이 사고력 발달에 가장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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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수학을 찾아보기

아이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무의미한 숫자들이 마구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삶과 연결시키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도 수학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돈 계산, 시간 계산, 크기와 무게, 부피, 온도, 습도 등등 온통 숫자들입니다. 이런 실생활과 문제를 연계시켜서 해결하고, 다른 과목들과 융합한 소재들을 통해 공부하면 흥미도 느끼면서 사고력도 확장될 수 있습니다.
소재는 아주 다양합니다.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수학 이외에 새로운 사실들을 융합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시간의 개념인 분과 초를 배울 때, 학생들로 하여금 1분 동안 뛰는 맥박을 확인해 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재고, 다음에 1분 동안 제자리에서 달린 뒤 맥박을 재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게 합니다. 그리고 왜 맥박이 이렇게 빨라지는지 생각해 보도록 할 수 있습니다. 달리면 근육이 일을 많이 하게 되어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해 사람의 핏속에 산소를 실어 나르는 헤모글로빈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생물학적인 이유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수학과 생물학의 자연스런 연계가 가능한 사례입니다. 더 나아가 프로젝트로 제시한다면 한방 등에서 맥을 짚어서 건강을 점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조사하고, 그렇게 점검이 가능한 이유를 함께 알아보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새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태도 및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조사하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자신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실천하는 것입니다. 수학의 영역이 무척 넓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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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즐겁게 반복하기

공부는 습관입니다. 마치 먼지가 바닥에 쌓이듯 아주 조금씩 쌓이면서 견고한 지식이 됩니다. 하루아침에 수학을 잘할 수는 없습니다. 수학 공부도 당연히 일정량 이상의 연습과 반복이 필요합니다. 반복하다 보면 개념을 보다 확실히 이해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시기부터 하루에 일정 시간은 수학 공부를 꾸준히 하여 조금씩 실력을 쌓을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반복할 것인가’입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학생 스스로 새로운 것을 배워 가면서 알아가는 즐거움을 자주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부모와 교사는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적절히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학 공부를 하면서 즐거움을 맛보도록 하려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아이의 수준에 적절한 학습이 이루어지게 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풀이한 과정을 수학적인 용어와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다른 친구들과 함께 협력하고 논의하면서 문제를 푸는 기회를 가지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런 경험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또는 ‘아, 그렇게도 할 수 있구나!’ 등을 깨닫게 해 다양한 수학적 사고를 계발시킬 수 있게 합니다.
유태인의 경전 [탈무드]에서는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린왕자]를 쓴 생텍쥐페리는 ‘큰 배를 만들고 싶다면 나무와 연장을 주고,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바다에 대한 동경을 심어 주어라. 그러면 스스로 배 만드는 법을 찾아 낼 것이다’라고 동기 유발을 강조합니다.
사고력 수학은 하나를 배워서 열을 알도록 하는 것입니다. 원리를 이해하는 수학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사나 부모는 물고기나 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수학 공부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공부해 갈 수 있도록 지적인 호기심과 적절한 동기를 부여하면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 노력하고 공부하는 아이를 열심히 격려해 주는 일만 하면 됩니다. 아이들이 지식의 수동적인 흡수자가 아닌 지식의 생산자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것이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워 주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박만구

박만구는 서울교육대학교 학사(초등교육), 연세대학교 석사(수학교육), 미국 웨스트 체스터 대학교 석사(수학교육), 조지아대학교 박사(수학교육)를 취득했다. 현재는 서울교육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스토리텔링 개정 교과서 집필 위원으로 교과서를 펴냈다. 한국수학교육학회 및 대한수학교육학회, 초등수학교육학회 등에서 부회장 및 학술위원장을 역임하고 학술논문을 발표했으며, 저서로는 [구성주의와 수학교육], [초등수학교육론], [수학교육평가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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