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부모는 아이의 생각을 키워 준다

현명한 부모는
아이의 생각을 키워 준다인공지능 시대 창의성, 철학 교육에서 답을 찾다

글. 황경식(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 | 모델. 김도희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림스튜디오 | 2016년 12호

2016. 12. 16 478

많은 전문가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과 겨룰 수 있는 인간의 유일한 무기를 ‘생각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 창의력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럼 오히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현재 우리 아이들이 창의성과 거리가 먼 방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면, 이로 인해 사고력과 창의력이 메말라 가고 있다면,
지금 당장 공부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법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발표된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한국인은 없었다. 이웃나라 일본은 작년에 이어 노벨 생리 의학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벌써 스무 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 기록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평화상을 제외하고는 노벨상 수상자가 여태 한 명도 나오지 못했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두 가지 중요한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는 남들이 뭐라던 자신의 관심 분야에 지긋이 몰입하는 끈질긴 연구열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지원하고 지켜보며 기다려 주는 사회 환경과 인프라다. 우리는 어떤가? 자신의 관심 분야에 지긋이 몰입하는 저력도 부족하고 그것을 지켜보며 지원하는 제도나 인프라도 부족하다. 창의적 인재의 성장을 보장하지 못하는 우리의 환경부터 냉철하게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 우선 기본부터 따져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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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 60%가 학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

서울대생 60% 이상이 자신이 공부하는 학과에 불만족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토록 꿈꾸던 최고의 명문대 학생이 되었는데 왜 만족하지 못할까? 자신이 원해서 선택한 전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적에 맞춰 적성과 상관없이 이른바 ‘묻지 마’ 학과를 선택한 것이 문제다. 이들은 어쩌면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고자 하는 부모의 소원 성취를 위한 대리인이 아니었을까? 결국 많은 학생이 학과를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선택된 학과에 가고 있는 것이다.
비단 서울대생뿐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 중 많은 수가 이와 다르지 않은 상황을 겪는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며 즐기는 ‘주인으로서’의 인생을 살아가기보다 남이 시키는 대로, 운명이 이끄는 대로 ‘머슴으로서’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생활수준에 비해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도, 그래서 따분하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생각하는 동물로서, 인간답게 살고 성취동기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즐겁고 신나는 인생이 전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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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교육개혁’이 찾아낸 답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하버드대학교를 중심으로 미국의 교육개혁이 시작되었다. 그즈음 미국의 아이들 역시 교과에 흥미를 잃고 무기력한 학교생활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교육 관계자들은 문제를 찾아나섰고 급기야 교육학자, 심리학자, 교사 및 여타 학자들로 구성된 교육개혁 위원회가 발족되기에 이르렀다.
상당한 기간 동안 연구가 이루어진 끝에 위원회가 내린 결론은 현행 교육에서 잊혀져 있던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바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철학적 사고’다. 아이들의 자율적 생각을 유도하여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 스스로 즐겁고 능동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된다. 바로 그러한 자기주도학습, 또는 탐구학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위원회는 제안하였다. 이렇게 태어난 분야가 ‘철학과 어린이(philosophy and children)’다. 미국 교육개혁의 핵심으로 어린이의 철학 교육을 추천한 것이다.
이후 미국의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에 다양한 철학 교실을 개설한 시범학교들이 운영되었다. 또한 어린이 철학 개발원(IAPC)이 설립되어 철학 교실을 운영하기 위한 각종 시청각 자료 및 교사 지침서를 만들었고, 철학 동화와 철학 소설도 출간하였다. 실험 학교에서 이루어진 결과물에 대한 현장 보고 및 이에 대한 연구 논문을 실은 전문잡지 [씽킹(THINKING)]도 간행되었고, 철학 프로그램과 관련된 세계 대회인 철학 올림피아드도 개최되었다. 철학 올림피아드에는 우리나라도 참가해 우수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필자가 참여하여 철학 동화와 철학 소설을 번역하고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어린이 철학 교실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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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철학 교육,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를 만든다

“어린이 철학 교육이 가능한가요?”, “아이들이 철학을 한다고요? 너무 어렵지 않을까요?” 아마도 많은 부모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련 학자들은 철학과 어린이의 만남은 얼마든지 가능할 뿐 아니라,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럼 하나씩 따져 보자. 어린이와 철학이 왜 만나야 할까? 철학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며, 지적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학습 의욕이 높아질 뿐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을 하게 되니 학습 효과도 높아진다. 공부하기와 생각하기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이들은 서로 상승효과를 갖는 보완의 관계에 있다.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스스로 공부할 줄 알게 된 아이들은 자율적 사고에 자연스럽게 길들여진다. 그러므로 머슴의 삶이 아닌 주인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와 철학이 만나면 일어나는 또 하나의 현상은 대화와 토론이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대화란 정답을 요구하는 대화가 아니다. 이때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답을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즉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질문자가 되어야 한다.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이 전개되는 교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창의적 사고와 발상이 자극된다. 아이들은 서로 협동하며 탐구하는 과정에서 즐거운 지적 활동을 체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타인의 의견을 들을 줄 알고 존중할 줄 아는 민주 시민의 자질과 역량도 길러 나가게 된다. 이처럼 많은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이 철학 교육이다.
여기서 말하는 철학은 사상체계라기보다 ‘사고방식’을 말한다. 모든 사람은 나름의 ‘생각 방식’을 지닌다. 비록 어린 아이라도 말이다. 생각할 줄 알면 철학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어린이에게 철학이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은 ‘어린이는 미숙한 존재여서 단지 훈육의 대상’이라는 통념에서 빚어진 것이다. 아이를 키울 때 쉬지 않고 질문을 퍼붓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던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아이들은 원래 호기심 그 자체이며 창의력 그 자체이다. 안타깝게도 사회화 과정에서 다양한 지적 호기심이 사회적, 실용적 필요에 맞춰 가지치기 당함으로써 사라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사회화는 성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퇴보의 측면도 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아이들은 얼마든지 스스로 생각하고, 철학과 만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철학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며, 지적 호기심을 키울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아이들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지켜 주고 발전시켜 주는 가장 좋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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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길러 주는 가장 좋은 방법, 어린이 철학 교육

어린이와 철학의 만남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실제로 어린이 철학 교실을 통해 아이들이 얼마나 철학적인가를 확인하고 있다. 철학 교실에서 철학을 만나게 된 아이들은 다채로운 지적 호기심을 지니고 부단한 질문을 한다.
결론적으로 어린이 철학 교육은 어린이의 자율적인 사고력을 증진시킴으로써 창의력 강화에 도움을 주며, 주인다운 행복한 인생을 영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철학 교육은 본격적으로 학과 공부의 부담이 생기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도구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에 적응하다 보면 다양한 지적 호기심은 가지치기 당하고 만다. 그러므로 그 이전에 지적 상상력을 지속적으로 키워 나가는 훈련을 하여 창의성의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조기 철학 교육은 단단한 논리적 사고력의 기반 위에 지적 상상력의 토양을 일굼으로써, 풍성하고 확고한 창의력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도 일찍이 조선시대부터 서당에서 조기 철학 교육을 해 온 전통이 있지 않나요?” 언젠가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서당에서 천자문, 동몽선습, 계몽편, 소학을 배우고, 사서삼경을 배우는 유교식 교육 방법은 그야말로 대표적인 조기 철학 교육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지 모른다. 우리 조상들은 서당식 교육을 통해서 어학은 물론 일생을 살아갈 윤리관, 가치관, 철학관을 배웠다.
그러나 유교의 서당식 교육은 앞에서 소개했던 조기 철학 교육과 비교할 때 한 가지 결정적인 결함을 갖는 교육 방식이었다. 근본적으로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틀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철학 교육이라기보다는 유교라는 종교 교육에 가깝다 할 것이다. 조선의 선비들은 어린 시절 서당에서 배운 인생관과 세계관의 틀을 가지고 평생 그 방식대로 세계를 이해하고, 특정한 삶의 태도를 배우고서는 그 틀을 벗어나지 않은 채 일생을 살았다. 그리고 이 같은 틀을 벗어나거나 그 틀을 인정하지 않는 아웃사이더에게는 준엄하고 배타적인 냉대를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 시대에 필요한 어린이 철학 교육은 결코 그런 방식이 아니다. 어린이에게 철학 교육을 했다는 전통은 계승하면서도, 보다 자유롭게 사고하며 상상력을 펼쳐 나갈 수 있는 이 시대의 철학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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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창의력에 도움이 될까?

정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인터넷, SNS, 스마트폰과 같은 매체를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의존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서는 반성해 보아야 한다. 스마트폰이 과연 우리를 더 스마트하게 만들어 주고 있을까?
디지털 매체들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에 노출되는 것이 21세기적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빼앗기는 것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새롭고 다양한 정보에 함몰되어 우리 자신의 자율적 창의력은 오히려 막혀버리고 에너지는 고갈되고 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스마트폰 보느라 독서할 시간도 없을 지경이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종합 경제지인 [포춘(FORTUNE)] 편집장인 제프 콜빈은 인간 창의력의 비밀이 인간 상호 간 행위를 통해 공감하는 능력에 숨어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이 결코 인간을 따라올 수 없는 능력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정작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디지털화된 환경은 이런 능력을 키우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아이들은 매일 평균 너댓 시간씩 디지털 기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서로 대면하고 소통하며 상호작용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SNS를 통해 소통하면서도, 정작 앞에 있는 사람과는 소통하지 못한다. 스마트 기기는 우리가 서로의 감정을 읽어내고 공감할 수 있는 감성 개발을 방해한다. 제프 콜빈은 최근 저서인 [인간은 과소평가 되었다]에서 “얼굴 표정과 시선, 목소리 톤, 몸짓 등 비언어적 감정 신호를 통한 상호 행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위대한 예술 작품이나 시대를 바꾼 발명품들은 이 같은 교감 능력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창의성도 바로 감정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교감 능력에서 나온다. 아이에게 이 시대에 필요한 창의력을 길러 주고 싶다면, 스마트폰 대신 책을, 그리고 사람을 가까이 하게 해야 한다.

우리 아이를 위한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

  1. 1. 스스로 깨닫고 행동하게 하기
    벌을 주거나 칭찬을 해서 아이를 움직이게 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필요성을 깨닫고 움직이게 만들자. 밥을 안 먹겠다고 떼를 쓰면 억지로 먹이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배가 고파지면 밥을 먹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되고, 그런 경험이 쌓이면 제 시간에 먹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다. 스스로 경험하고 판단하게 되면 행동도 변한다.

  2. 2. 아이들이 싸울 때, 각자 입장을 말하게 하기
    아이들이 싸울 때 어른이 나서서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일단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서로의 입장에 서서 판단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처음에는 감정이 앞설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을 경험하다 보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법을 배우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도 깨우치게 된다.

  3. 3. 책을 읽어 줄 때는 반드시 대화하기
    일방적으로 책의 내용만 읽어 주기보다 아이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은 뒤 느낌이나 생각을 물어보고 아이의 답을 들어보자. 이때 아이가 서툴게 표현하더라도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완전한 문장으로 말했을 때는 격려해 주도록 하자. 읽은 내용을 나중에 다른 대화 속에서 끄집어 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좋다.

  4. 4. 글쓰기를 통해 생각의 폭을 넓혀 주고 깊이를 더해 주기
    우리나라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지식, 풍부한 경험이 모두 이 속담에서 말하는 구슬일 수 있다. 이 구슬들이 보배가 되도록 잘 꿰는 힘, 그것이 글쓰기에 있어서 생각하는 힘이다. 다시 말하면 생각하는 힘은 책 읽기를 통해서도 길러지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적극적이고 다양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데 있다. 부모는 아이가 적극적으로 생각하게끔 글쓰기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황경식

황경식은 서울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 철학과 대학원 객원연구원을 거쳐, 한국 윤리학회, 한국철학회 등 학회장을 역임했고, 국가 석학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동국대학교와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서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이자 명경의료재단 꽃마을한방병원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어린이와 철학’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1990년대 초반부터 아이들을 위한 철학 교육을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저서로는 [논리+논술 이야기] 시리즈, [논술꺼리, 토론꺼리] 시리즈, [가슴이 따뜻한 아이로 키워라], [열 살까지는 공부보다 아이의 생각에 집중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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