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이 돌아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아빠와 놀고 대화하고 싶은 아이들

글. 이현미(아동청소년상담센터 지오 소장) | 인포그라픽. 놈스 | 2016년 11호

2016. 11. 11 228

모처럼 일찍 들어온 아빠, 아이의 숙제를 봐 줄까 합니다.
“어디 보자, 벌써 두 자리 수 덧셈 배우네.”, “이거 작년에 배운 건데요. 지금 곱셈 배워요.”
이번에는 아이한테 책을 읽어 주려고 책장에 가서 책을 꺼냅니다.
그러자 아이는 “그거 유치원 때 보던 책이잖아요. 그런 그림책 이제 안 봐요.”
아이와 놀아 주고 싶어도 모르는 게 너무 많은 아빠. 당황스러울 때도 많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하면 안 되죠.
하나씩 알아가면서 아이에게 다가갈 때, 아이도 아빠에게 활짝 마음의 문을 엽니다.

아이의 성장에 있어 아빠와의 시간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자녀의 사회성 발달과 도전 의식, 성취 욕구, 통제력 및 가치관 형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과거 가부장적이던 집안 분위기와 달리 한국에서도 최근 북유럽처럼 아빠들의 육아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의 아빠들은 너무나도 바빠서 아이와 집중해서 놀아 주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이번 아이탐사에서는 아빠들이 아이와 얼마나 시간을 보내는지,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질적으로 아이와의 시간을 꾸릴 수 있을지 방법을 제시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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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출처 : 2014 청소년(초‧중‧고) 부모양육 실태조사(서초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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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출처 : 중앙일보 조사연구팀(2015)

아빠를 닮고 싶은 아이들

아빠는 아이들이 자신의 목표, 역할, 가치관 등에 대해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자아정체감’ 형성에 영향을 줍니다. 아빠가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잘 놀아 주고 대화를 하다 보면 아이의 자아정체감도 긍정적으로 만들어집니다. 건강한 아빠의 역할을 보고 자란 아들은 아빠와의 동일시를 통해 자아정체감을 갖게 됩니다. 딸에게 있어서도 아빠의 역할은 큰 영향을 미칩니다. 똑똑한 ‘알파걸’들은 대부분 아빠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많은 대화를 나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수학, 과학, 컴퓨터, 운동 분야에서 취미를 길러 주고 사회생활에 관한 얘기를 자주 나누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딸일수록 남성과 대등한 위치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많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아빠를 통해 리더십을 배우고, 사회의 질서를 지키는 법을 배웁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가 무관심하거나 방임하는 경우 청소년 시기에 자녀가 일탈할 확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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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출처 : 여성가족부 (2016)

아빠는 왜 우리 얘기를 안 듣고 아빠 말만 하죠?

아빠와의 대화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듭니다.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일주일에 아빠와 대화하는 시간이 1시간도 안 된다고 답한 설문 결과도 있습니다. 아이도 아빠와의 대화를 피하려고 하지만, 아빠도 그런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몰라서 대화를 피하곤 합니다.
상담 센터에 오는 아이들에게 왜 아빠와 말하려 하지 않는지를 물어보면 대부분, 아빠는 자기 할 말만 하거나 일방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이는 대화를 하고 싶어서 자기 얘기를 솔직하게 꺼내는데, 아빠는 아이의 바르지 못한 생각을 당장 고쳐 주려는 생각에, 지적하고 해답을 주려고 하는 게 문제입니다. 아이의 현 상황이나 마음을 자세히 듣고 그 입장에서 이해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아빠 생각 위주로 대화가 진행되면 아이는 입을 닫게 됩니다. 어른도 진심으로 내 말을 들어줄 상대한테만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아이도 다르지 않다는 걸 꼭 기억해야 합니다.

아빠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면서!

아빠들은 어릴 때 자신의 아버지와 놀거나 대화했던 경험이 부족하여 자기 아이에게도 어떻게 부모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해 본 적 없는 직장 일은 금세 배우면서, 아빠 노릇에만 왜 핑계를 대는 걸까요?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노력할 수 있고, 노력하다 보면 잘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놀아 줄 때는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충분히 따라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아이가 조금씩 도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면 됩니다. 놀이터에서 무서워서 구름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아이에게 무조건 건너가도록 강요하나요? 아니면 반대로 아예 접근하지 않는 극단적 태도를 보이나요? 둘 다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일단 조금 쉬운 것부터 하다가 점차 구름다리를 끝까지 건너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그것이 제대로 놀아 주는 것입니다. 난이도가 낮은 놀이기구를 아이가 마음껏 충분히 타고 나면, 조금 난이도가 높은 놀이기구도 시도해 볼 자신감을 보일 것입니다. 왜냐고요? 든든하게 도와줄 아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북돋아 주면 아이는 얼마든지 시도하려 할 것입니다.
그런 시간이 쌓이다 보면 아이의 아빠에 대한 신뢰와 사랑도 깊어집니다. “아빠 언제 와?”, “아빠, 놀아 줘.”, 혹은 “아빠 같은 사람하고 결혼할 거야.”라는 말이 나오게 됩니다. 이는 아이가 아빠를 좋아한다는 것이고 아빠가 건강하게 육아에 참여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방법을 알면 아이와 둘만의 시간도 두렵지 않아요!


  1. 1. 놀이 시간이 짧아도 집중해서 즐겁게 놀아 주세요.
    단 10분을 놀아도 아이에게 집중하세요. 중간에 휴대폰을 보거나 다른 일에 신경을 써서 아이와의 놀이 시간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가능한 15분 이상은 놀아 주는 것이 좋고, 아이에게만 관심을 갖고 아이 얼굴에서 행복한 웃음이 쏟아져 나오도록 신나게 놀아 주세요.
  2. 2. 아빠도 놀이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놀이 방법을 잘 모르는 미숙한 아빠가 많습니다. 아이가 싫어함에도 신체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짓궂은 장난을 걸며 아이와 친해지려고도 하는데요. 이는 ‘아빠는 내 마음을 몰라 주고 내가 놀고 싶은 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다’는 마음을 갖도록 하여 오히려 아빠에게 거리를 두게 합니다. 예를 들면 신문지를 말아서 칼싸움을 할 때 아이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세게 밀고 나가서는 안 되고, 당하는 모습과 공격하는 모습을 왔다 갔다 하면서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 3. 아이와의 부족한 시간을 쪽지나 대화로 틈틈이 메꾸어 주세요.
    집에 돌아오면 과제를 마쳐야 하는 아이와 놀 시간도 말을 건넬 시간도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큰 아이라면 문자를 이용하고 어린 아이라면 쪽지에 하고 싶은 말을 적어 아이가 아빠 마음을 알 수 있게 해 주세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아이와 잠깐이라도 대화하며 아빠의 사랑을 전달하는 것도 좋습니다.
  4. 4. 엄마가 해 주기 어려운 활동 위주로 시간을 꾸려 주세요.
    아빠가 잘할 수 있는 신체놀이나 운동, 조립 및 블록놀이 등을 같이 해 주세요. 신체활동은 그것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으며 아빠와의 친밀감 형성에도 효과가 큽니다.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함께 보기 등은 아빠와 함께하는 느낌이 적기 때문에 제대로 놀아 준다고 할 수 없습니다.
  5. 5. 설명하고 충고하기 전에 먼저 아이의 입장이 되어 보세요.
    아빠들은 아이가 어떤 문제를 의논해 올 때 그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편입니다. 반면 아이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는 약합니다. 아이의 생각이 다소 편협하고 자기를 합리화하는 방식이라 하더라도 맞고 틀리고를 떠나 일단 충분히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아빠가 의지할 수 있는 편안한 대상이 되어야만 어떠한 고민이라도 아빠에게 터놓을 수 있습니다.
이현미

이현미는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아동심리치료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지오’를 운영하면서 아이들과 부모들의 삶의 파트너이자 멘토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놀이치료학회 이사, EBS <부모 – 육아를 부탁해> ‧ 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솔루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